◎“클린턴 당선땐 가정붕괴” 공격【휴스턴(미 텍사스주)=정일화특파원】 게이(동성연애) 문제가 미 대통령선거를 강타하고 있다. 공화당 전당대회 첫날인 지난 17일 패트릭 뷰캐넌 전 대통령후보 경선자는 클린턴 민주당후보가 동성연애자들에게 특권을 주려한다고 비난했다. 대회 3일째인 19일에는 복음전도사 패트 로버트슨 목사가 『동성연애 지지자인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가정은 완전히 파괴될것』이라고 공격했다.
이런 와중에 19일 일단의 게이들이 부시 대통령 모양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불태우면서 대회장 진입을 시도했다. 컨벤션홀 연설에서는 기자로 가장한 게이들에게 부시가 큰 봉변을 당했다.
홀 정면에 높다랗게 세운 기자석에 잠입한 5∼6명의 게이들은 부시 대통령에게 일제히 바람을 넣어 부풀린 콘돔을 꺼내들면서 『에이즈퇴치를 위해 뭘 했느냐』고 고함을 질렀다.
옆자리의 기자들은 처음 유에스에이 투데이지 기자들이 부시 발언에 대해 모종의 항의를 하는 줄로만 알았다. 경찰이 뛰어올라와 이들을 바닥에 쓰러뜨렸을 때에야 게이들인 것을 알았다.
전당대회 첫날부터 「가정의 가치관을 정립시키자」는 기치를 높인 공화당은 대회기간동안 동성연애자들의 반발이 거셀수록 반 동성연애에 대한 입장을 더욱 확고히 했다.
나아가 동성연애문제를 민주당 공격의 재료로 삼았다.
클린턴은 동성연애 권리를 지지한다고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다. 그러나 1백10명의 동성연애 대의원들이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가했을뿐 아니라 전국 게이협회가 클린턴을 공식 지원하고있어 동성연애 지지자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형편이다.
지난 88년 선거때 흑인탈옥수 윌리 호튼문제로 자유주의 성향의 듀카키스에게 결정적 타격을 입힌바 있는 부시진영으로서는 동성연애 문제가 제2의 윌리 호튼으로 비화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휴스턴대 리처드 머레이 교수(정치학)는 『게이문제가 여론뒤집기의 주무기로 등장한다 해도 윌리 호튼의 효과까지는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윌리 호튼 사건은 인종·강간·범죄문제 등 가장 자극적인 내용을 한꺼번에 안고 있어 일시에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게이는 도덕·가정가치관·건강문제 등 그리 충격적이지 못한 이슈여서 큰 효과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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