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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교육부/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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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한 교육부/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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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참으로 만만한 곳인가 보다. 다같은 정부부처이면서도 교육부는 다른 부처에 의해 우습게 여겨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보기에도 딱하고 애처롭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비일비재하다.국가예산편성 권한을 거머쥔 막강한 경제기획원은 긴축예산편성 방침만 섰다 하면 교육부가 요구한 예산액을 눈하나 깜짝 안하고 뚝뚝 잘라버리기 일쑤다. 내년 예산편성에서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교원 처우개선을 위한 각종 수당에 소요될 7백50억원의 요구액을 기획원이 난색을 표해,각급학교 교원들의 교직수당과 교직수당 가산금,장애자학교 근무 특별수당,실과교원수당을 지급하겠다는 교육부의 내년도 교원 처우개선 약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들린다. 힘없는 교육부를 깔보고 우습게 대하는 부처가 어디 경제기획원 뿐이던가.

지난해 정기국회가 정부예산안을 심의하면서 하고 많은 부처 예산중에서도 유독 교육부의 교육여건 개선예산 요구액 1백71억원을 삭감,전국 초·중·고교의 8천여 주임교사 수당이 장장 21년째 단돈 1천원에 동결되는 불상사를 빚기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상공부는 아예 교육부의 고유 업무인 교육자체를 손대보겠다는 엉뚱한 정책구상을 교육부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탕탕 터트리기까지 할 정도다. 지난해 상공부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기술인력을 충원키 위해 기업들이 산업기술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산업기술교육 육성법의 입법추진을 의원 입법형식을 빌려 끈질기게 밀어 붙이다가 민자당의 제동에 걸려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지 못했었다.

그랬던 상공부는 며칠전 지난해보다도 훨씬 파격적인 기술교육기관 설립추진계획을 또다시 내놓아 교육부는 물론이고 교육에 관심있는 많은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주요내용인즉 기술교육기관의 신설·정원 등에 대한 정부의 승인제도를 폐지하고 고교이후의 학제를 학문계와 기술전문대학·기술대학·기술대학원으로 이어지는 기술계로 2원화하는 등 교육제도 개편을 추진해나간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현행 교육법과 구별되는 산업기술교육법 제정도 서두르겠다는 것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현행 교육제도와 체제의 일대 개혁이라 아니할 수 없다. 5공 시절 교육개혁 심의회가 3년반에 걸친 개혁연구작업 때도 손을 대지 못했던 중대한 교육개혁 과제다.

그런데 이 중차대한 교육개혁안이 진짜교육을 주관하는 교육부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상공부에서 성안되어 일부 지상에까지 보도되기에 이르렀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수긍이 안된다. 교육부의 무능탓인가,상공부의 월권 때문인가. 그런데도 교육부는 유구무언이다. 교육부 자세가 이 모양이니까 누구나 한번쯤 건드려보고 싶을 만큼 만만한 존재가 돼버렸는지 모른다.

부처간의 이기주의나 패권 다툼속에서 힘도 없고 점잔이나 빼는 교육부가 빈번히 당하는 것이 「교육부 내부사정」으로 끝날 수만 있다면 우리 또한 무관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가 당하는 피해는 곧 교육본질에 피해를 입히게 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학군제를 뿌리째 뒤흔들 만큼 후유증을 유발하고 있는 서울의 「8학군병」도 근원을 따져 보면 서울 강북인구를 강남으로 유치하기 위해 강북의 유수한 고교 19개를 행정적으로,그것도 8학군안에 집중 이전시킨데서 비롯됐다.

교육이 외적요인,즉 통치권이나 정치 또는 행정,심지어는 다른 부처의 정책수단으로 쓰이게 되면 2세 교육은 필연적으로 손상되게 마련이다. 교육부가 홀대당하고 만만한 취급을 당하는 것은 2세 교육자체를 만만하게 생각하고 우습게 보는 것과 똑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을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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