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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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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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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간신문을 받아든 국민들의 가슴속에 너나없이 뭉클한 감동이 전해졌다. 단신월남해 갖은 고생과 억척속에서 돈을 모은 중소기업인 김홍기씨가 장학금으로 1백10억원을 쾌적했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말로는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시키겠다는 소리를 우리는 수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유독 김씨와 같은 고인이나 얼마전 타계한 김밥할머니와 같이 남달리 고생해 적은 돈이라도 모은 사람들만이 그런 큰 용단을 말없이 실천해 보이는 까닭이 궁금하면서도 무척 신선하다. ◆국내의 굵직한 재벌그룹마다 문화재단·장학재단들이 즐비하다. 그런 재단들이 해마다 큰돈을 좋은 일에 쓰는건 반가운 일이지만 엄청난 상속·증여세에서 벗어나려는 방편이라는 소리도 없지 않았다. 놀라운 사실은 그런 장학재단들이 즐비한 서울에서 이번 김씨의 유지로 세워진 홍산재단이 사실상 출연기금이 최다라는 점이다. 명목은 1백10억원이지만 공시가격으로 70억원인 부동산을 처분하면 2백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름없는 보통사람들은 평소 근검하면서도 이처럼 오히려 그 뜻이 분명하고 통도 큰데,정작 큰 손들은 호화사치를 일삼으면서도 큰 일 앞에서는 왜 쩨쩨해지는 것일까. 큰 손들이 마구 흐려놓은 세상사와 삶의 의미를 오히려 조막손이나마 활짝 펴 큰 뜻을 보인 김씨야말로 훌륭한 삶의 본보기요 큰 손들에 대한 통쾌한 꾸지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시민들의 가슴속에 감도는 것이다. ◆혼탁한 세상이다. 같은 날 같은 지면에는 고객 9백명이 예탁한 1백10억원을 신협 전 조합장이 횡령해 달아났다는 보도도 함께 실려있었다. 피해자가 대부분 영세상인이나 퇴직한 근로자라니 엄청난 피해가 짐작간다. 똑같은 1백10억원이라는 액수인데 한쪽은 뜻을 전국에 펴 보였고,다른쪽은 서민들의 피땀을 앗아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것도 무척 교훈적이 아닐 수 없다. ◆예부터 돈이란 더럽지만 쓰기에 따라 정재가 된다고 했다. 또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써야한다는 가르침도 있어왔다. 그런 가르침과 정신을 말없이 실천해보인 이름없는 시민들의 큰 뜻을 우리는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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