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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공소권/이동국 전국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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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공소권/이동국 전국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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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않는 칼은 녹슬게 마련이다. 사회의 각종 비리와 부정을 척결하는 검찰의 공소권도 예외일 수는 없다.수서비리·14대 총선때의 안기부 직원들에 의한 흑색유인물 살포·정보사부지 사기사건 등 각종 대형사건들이 터질때마다 검찰은 국민들이 갖는 의혹을 속시원히 풀어주기는 커녕 의혹만 증폭시켜 칼날이 무디다는 사실만 재확인시켜 주었다.

국내 사정기관중에서도 대구지검의 칼날은 무딘정도가 더욱 심하다. 대구지검은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숱한 사건들에 무뎌진 칼조차 휘두를 생각조차 않는듯해 「벽걸이 장식용」이란 비아냥소리를 듣고있다.

폐수 무단방류로 숱한 파문을 일으켰던 비산 염색공단이 최근 시설을 무단증설하고 폐수처리 시설의 부실시공,이와 관련된 2백여억원의 예산유용 등으로 수개월째 지역민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는 데도 검찰은 팔짱을 낀채다.

『환경업무는 환경청 및 시의 소관인만큼 검찰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는 검찰의 해명은 올해초 부정편입학 시비로 고발과 장기농성 사태까지 일으켰던 경산대 입시부정 의혹에 대한 『문교부 소관』이란 회피성 답변과 같은 맥락이다.

지난 14대 총선직전 민자당 동구갑지구당 창당대회장서의 향응제공,칠곡군 기천면투표소의 공무원 부정투표 등에 대해서도 검찰의 수사결과를 찾아 볼길이 없거나 희미하다.

선거법 위반사건은 경찰에 넘겨 유야무야했고 칠곡군의 부정투표는 관권개입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채 89장을 무더기 투표한 말단공무원만 구속한채 종결지었다.

이미 돌출된 사건들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는 검찰에게 숨겨진 비리와 지역사회의 환부를 도려내주길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한 요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인지·기획에 의한 수사사례가 극소수의 옥챙이급사건에 머물고 있는 것은 검찰이 무사안일의 단계를 넘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만하다.

인지수사를 할 필요가 없을만큼 대구 사회가 범죄없는 이상적인 도시라면 또 모를까 『얽히고 설켜 한사람 건너 아는 사람』이란 한 검사의 푸념처럼 특정 학연과 지연때문에 검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데서 문제의 심각함이 도사리고 있다. 「칼안빼기관계」를 어겼을때 친지·선배들로부터 외면당하고 결국 인사때면 묻어서 추방당한다.

최근에 있었던 대폭 인사를 지켜보면서 대구지역의 많은 인사들은 대구지검이 지역사회의 보수성·폐쇄성을 깨고 사정의 엄정한 칼을 힘껏 뽑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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