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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벤츠」사장 2년전 교통사고(특파원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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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벤츠」사장 2년전 교통사고(특파원리포트)

입력
1992.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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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봐주기” 처리 법원서 “제동”/벌금형 약식기소만 2차례 시도/검찰/“무면허·음주혐의… 진상 철저조사”/법원/“정·재계 거물 소극수사에 철퇴” 언론들 사법부 높이 평가【베를린=강병태특파원】 독일 최대 자동차메이커 메르세데스 벤츠사의 베르너 니퍼 사장(63)은 독일사회에서는 그야말로 힘깨나 쓰는 거물이다. 벤츠사 사장자리 자체가 독일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특히 모기업인 독일 최대재벌 다이뮬러 벤츠그룹의 후광은 대단하다. 여기에 니퍼 개인이 박사학위와 그보다 격이 높은 정교수 타이틀을 갖고 있어 명망과 권위를 함께 지니고 있다. 이 니퍼 사장이 지난 90년 5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교통사고를 냈다.

신형 벤츠버스의 판촉을 위해 현지 재계인사들을 시승회를 겸해 로마교외 산중턱의 호화레스토랑으로 초대,파티를 베풀고 난뒤 귀로에서였다.

니퍼 사장은 가끔씩 해오던대로 벤츠버스의 운전편의성을 과시하기 위해 이탈리안 운전사를 제치고 직접 운전대를 잡고 경사진 커브길을 달려 내려오다가 부주의로 길옆에 차를 처박았다.

승객들은 별로 다치지 않았으나 공교롭게도 앞서 걸어 내려가던 독일인 여자통역이 치여 중상을 입었다. 판촉행사를 위해 회사가 있는 슈투트가르트에서 데려 왔던 이 통역원은 다리를 크게 다쳐 현재도 매주 2차례씩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장애를 입었다.

이 사고는 독일 언론의 재계 동정란에 간단히 보도됐을 뿐 큰 관심을 끌지 않았다.

그러다가 사고 6개월이 지나 형사처리를 둘러싼 독일 검찰과 법원의 대립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탈리아 경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는 슈투트가르트 검찰은 90년말 니퍼 사장에게 6만마르크(약 3천만원)를 벌금대신 가톨릭 자선단체에 기부하도록 명령하는 약식 기소형식으로 처리했다. 벤츠사의 희망대로 사건을 조용히 마무리 지으려는 조치로 이해됐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 지방법원의 크리스토프 니콜 판사는 이 약식기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니퍼 사장이 사고를 낸뒤 부하들에게 뒷수습을 맡긴채 현장을 떠나 가해자로서의 피해자 구호 및 경찰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약식 기소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이후 이 사건처리를 1년이상 미루고 있다가 언론 등의 관심이 사라진 최근 다시 니퍼 사장을 벌금 8만마르크에 약식 기소했다. 이 벌금은 적지 않은 액수지만,니퍼 사장의 연봉이 2백만마르크(약 1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별개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사건을 담당한 지방법원의 후베르투스 파울리 판사는 약식기소를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기록에 당연히 들어 있어야 할 교통사고 전문가의 사고경위 평가서와 과속여부를 가릴 타코미터 기록 등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검찰에 수사기록 보완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기록 보완을 기피,일반사건 처리때와는 다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파울리 판사는 직권으로 전문가 조사를 의뢰하는 등 직접 사고경위 조사에 나서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다시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바로는 검찰은 니퍼 사장이 무면허 운전에 음주운전까지 한 혐의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일반인들과는 달리 관대한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니퍼 사장이 검찰에 제출한 대형버스 운전면허증은 독일이 아닌 브라질 당국이 사고 3개월후 발급한 것이다. 니퍼 사장은 브라질에 있는 벤츠사의 자회사를 동원,사고전 발급일자가 기재된 면허증을 얻으려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음주운전 여부에 대해서는 니퍼 사장은 포도주 한잔 정도를 마셨을 뿐이라고 주장했고,파티 참석자들의 증언도 이와 일치한다. 그러나 검찰기록에 첨부된 레스토랑의 영수증에는 26명의 파티 참석자들이 포도주 20병을 마신 것으로 돼있어 음주운전 의혹이 있다.

이밖에도 검찰은 『사고직전 옆에 있던 운전사가 위험하다고 운전대를 가로채려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는 니퍼 사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책임 경감사유로 삼았으나 파울리 판사는 이 부분에도 의혹을 두고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언론들은 이 논란을 한편으로는 각종 정치적 의혹사건이나 정·재계 거물들의 부정혐의 등의 수사에는 소극적인 검찰의 한계를 다시 드러낸 것으로 비판한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적 이목을 벗어난 사안에서도 법원만은 사회정의와 법치국가 실현의 최후 보루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음을 확인케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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