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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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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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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모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서 첫 금메달을 차지한 이래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기까지 한국선수가 차지한 올림픽 금메달은 모두 19개,이중 복싱 레슬링 유도 등 이른바 격투기 종목서 따낸 금메달이 3분의 2에 가까운 12개에 이른다. 로스앤잴레스 올림픽의 금메달 6개중 5개가 격투기 종목이었다. 올림픽서 격투기는 한국의 가장 확실한 메달박스였다. ◆그런데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금메달 12개중 격투기 메달은 4분의 1에 불과한 3개였다. 격투기 3종목중 레슬링만이 2개의 금메달을 따내 서울올림픽의 수준을 유지했을뿐 유도는 신설된 여자부서 간신히 1개를 따내 면목을 유지했고 격투기의 원류를 자처하는 복싱은 아예 결승전에 조차 1명도 오르지 못해 격투기 퇴조현상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냈다. ◆북경아시아 경기의 금메달 리스트인 어느 중량급 복서는 쿠바 선수와 대전하는 1회전서 상대선수의 움직임을 주시하지 않고 두리번거리며 무엇인가를 찾는듯 하는 모습이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마자 눈앞에서 번쩍하는 쿠바 선수의 펀치가 쇠망치와도 같이 느껴져 혹시나 쇠망치가 아닌가 하여 혼미중에 두리번 거렸다는 것이 무참하게 깨진 아시아 금메달리스트의 대전후 실토였다. ◆쇠망치와 같은 펀치력을 지닌 쿠바 복서들은 복싱의 금메달 12개중 7개를 몰아 갔다. 그러나 북한의 최철수는 51㎏급서 쿠바의 쇠망치를 무력화 시키고 판정으로 대승하여 금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 격투기의 퇴조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금메달 12개의 목표를 이룬 것은 마라톤 양궁 사격 배드민턴이 새로운 메달박스로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메달박스의 교체현상을 한국체육의 자연스러운 체질개선으로 분석하는 견해는 그럴듯하다. 불우 청소년이 세계제패의 꿈을 걸고 격투기에 뛰어들듯 격투기에 강한 국가들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낙후된 빈국들이다. 이제 격투기를 더이상 메달박스로 활용할 수 없게된 한국 스포츠는 선진국형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이르렀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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