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들은 정부기구 중에서 특히 감사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이는 감사원이 나라의 최고감찰 및 검사기구로서 정부운영 전반에 걸쳐 엄정하게 맡은바 소임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전폭적으로 신뢰해서 잊고 지내기 때문은 아닐 듯하다.
따라서 어느 기관보다 국민이 믿고 의지하고 존경을 해야할 기구인데도 감사원을 보는 국민의 신뢰가 탐탁지 않은 것은 전적으로 감사원 스스로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사실 구미일 선진국가의 국민들도 자국의 감사기구에 대해서는 이름도 위치도 잘 모른다. 그 나라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은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르다. 분명히 최고 삼가기관이 있고 또 그 기관이 국민이 낸 세금예산을 정부가 단 한푼 소홀히 하지않게 집행하고 또 모든 공무원 등이 월권 등 권력남용이나 법규 위반을 하지 않도록 불침번과 파수병역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에 잊고 지내는 것으로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우리의 감사기구는 어떠한가. 건국이래 감찰위원회와 심계원에서 5·16쿠데타후 감사원으로 확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정부 최고의 감찰·감사기구로서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 하는데는 늘 논란이 되어왔다. 선진국의 그것처럼 의회에 속하거나 완전 독립되지 않고 대통령 직속으로 되어있어서 어쩔 수 없는 한계성을 지닌게 아니냐는 견해도 있으나 변명에 불과하다. 감사원법 2조에 엄연히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해서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되어 있다. 결국 감사원이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국가와 국민의 편에서 정부의 낭비와 위법과 권력남용을 파헤치고 방지하느냐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에 달려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수립 이래 40여년간 취약한 행정운영과 흔들리는 공직사회에 대한 견제역을 해온 감사원의 노력은 평가한다. 그러나 대형사고,특히 권력형 비리에 대한 파헤기치에는 거의 무력하여 단한번도 국민의 멍든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주지 못했다는게 중론이 아닌가.
80년대 들어와 새마을운동본부의 오만하고 어처구니 없는 비리덩어리가 날로 커지는데도 강건너 불구경한 것을 비롯,잇단 대형사건에 외면하거나 뒷북을 치는 식의 자세를 보인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6공들어 수서사건과 최근 나라 전체를 술렁이게 했던 군정보사터 사기사건의 경우만해도 그렇다. 한마디로 진상은 여전히 안개처럼 뿌옇게 설명되어 국민의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상식적으로 정보사터는 엄연히 국유재산이고 이를 관리하는 곳은 재무부다. 매각을 하든 구입을 하든 제법규에 의해 담당기구가 주관해야 하지 않는가. 더구나 정보사 땅은 수년간 사기사건이 꼬리를 물었던만큼 마땅히 감사원이 개입,소관부서에 의한 매각 등 원칙을 엄격하게 재확립했다면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다른 얘기지만 노 대통령의 임기말현상과 관련,공직사회가 무사안일과 무위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벌써부터 제기되어 왔는데 이런 것이야말로 감사원의 보다 타이트한 직무감찰·회계감찰로 상당부문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총리실이 암행감사반을 운영한다며 으름장을 놓는 것은 「반짝엄포」 「반짝 기강확립」으로 끝날뿐 결코 올바른 처방은 아니다.
김영준 감사원장이 4년 임기를 마치고 국회동의를 얻어 연임됐다. 각료 재임 1년반∼2년이면 장수로치는 노 정권하에서 김 원장의 연임은 신기록임에 틀림없다. 그는 4년전 취임기자 간담회에서 『공직사회의 감사대상에는 어떠한 성역도 있을 수 없다』 『특히 권력형 비리와 관련,여론이 지적하고 있는데도 감사를 하지않는 일은 절대로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뒤 지금까지 권력형 비리에 감사원이 얼마나 신속하고 엄정하게 감사하여 국민에게 알려주었는지는 국민들은 짐작하고 있다. 김 원장은 연임후 『대선 등 정치적 전환기를 틈탄 일부 공직자의 「손벌리기」 「눈치보기」 「일미루기」 등 병리현상을 직무감찰로 과감히 제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제 감사원은 오랫동안 눈치보기와 소극적인 움츠린 자세를 벗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감사원이 눈을 부릅뜨고 공직사회의 부정과 월권과 나태를 감시하고 뿌리뽑아 국민들을 감동시킬때 국민들은 감사원을 잊고 신뢰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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