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 LA올림픽 직후의 일이다.차기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정부와 온체육계가 어느때보다 심혈을 기울인 LA대회서 한국은 금 6,은 6,동 7개로 종합 10위라는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고 대회중 터져나온 레슬링 김원기 등 메달리스트들의 인간승리 스토리는 국민들을 눈물나게 했다.
그러나 들뜬 분위기속에서도 신문사에는 며칠간 흥분된 목소리의 전화가 그치지 않았다.
『아니,금메달을 딴게 흘륭한 일이긴 하지만 어린선수들에 평행 월 60만원씩 준다니 말이 됩니까. 나라를 위해 전쟁터에서 몸바친 대가로 유가족과 상이용사들이 받는 돈이 얼만지 압니까?』
이러한 전화는 원호대상자에게서 온것만이 아니고 폭넓은 사회의 여론이었다. 이들의 비판에는 5공이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저항감이 깔려 있기도 했다.
「경기력 향상 연구기금」은 75년 올림픽 금메달에 해당하는 금장에 10만원권을 주기 시작,76년 12만원,81년 24만원으로 오르고 83년 현재의 60만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연금제도는 86·88을 앞두고 한국 스포츠의 경기력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5공 출범후 시작된 재벌들의 경기단체 참여로 체육계가 차츰 돈 맛에 물들고 있더터라 『어린 선수들에 황금만능의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어쨌든 이후 양궁의 김진호,탁구의 현정화 유남규 등이 월 1백만원의 연금을 받게됐고 동계올림픽 스타 김기훈 이준호는 각각 1백95만원,1백45만원까지 올라갔다. 바르셀로나 올림픽후에는 김수녕(1백75만원) 박주봉(1백45만원) 전병관 김문수(이상 1백20만원) 조윤정 이은철(1백10만원) 등 1백만원 이상 수혜자가 줄줄이 탄생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번에는 스타들의 연금액수를 문의하는 사람은 많아도 항의는 없었던 것이다.
한 여론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현재의 연금수준이 높다는 의견은 9.6%에 불과하고 지금이 좋다가 53%,더주어야 한다가 36.8%였다.
이러한 8년 사이의 변화는 연금액수가 거의 10년간 동결돼 가치가 하락한게 큰 원인의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세태의 반영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땀흘려 일하는 것보다는 한탕주의가 팽배하고 가치 기준이 무너졌던 지난 8년의 혼란을 경험한 국민들에게는 메달리스트의 연금이 모처럼 보는 「진정한 노동의 대가」로 여겨졌을지 모른다.
끊이지 않는 대형 사기사건,몇달째 국정은 뒤로 미룬채 아까운 세비만 받으며 제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정치인들 때문에 이들의 땀이 더욱 소중해 보인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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