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의 세월은 결코 짧은것이 아니었다. 47년전 8월15일의 일본과 우리의 현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참담한 패전의 폐허에서 일어선 일본은 이제 한해 1천32억달러의 무역흑자(91년)를 기록하고 세계최대의 돈보따리를 주무르는 세계의 금고가 됐다.
일본의 정치인들은 미국인을 가리켜 『게으르고 무식하다』는 핀잔을 공언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은 냉전구조의 와해와 더불어 그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으로서의 영향력 행사를 서두르고 있다. 그 첫 징표가 유엔의 평화유지군에 참여함으로써 해외에 군대를 파견하기로 한 소위 PKO법 제정이요,유엔안보 이사회에서의 상임이사국 자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제 아시아 국제정치 구조에 새로운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음을 이들 움직임이 시사하고 있다.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방위공약 촉수 내지 감군경향에 편승해서 일본이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다.
사실 일본은 이미 이러한 정치적 양심을 구체화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미국·일본·러시아·중국 등 4개국을 주축으로 하는 아시아집단 안보협력체 구상이 그것이다.
일본이 반세기만에 이처럼 강대국의 자리에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그러나 우리에게 일본은 여전히 「가깝고도 먼나라」라는 표현은 차라리 점잖은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말썽이 되고있는 소위 정신대만해도 그렇다. 세계역사상,더구나 20세기 개명천지에 이렇게 조직적으로 여성을 노예처럼 사냥해다가 군대위안부로 끌고간 예는 없다.
그런데도 일본인들은 새로 공개된 증언과 증거자료에 직면해서 「혐한」이네 「반한」이네 떠들고 있다. 『사과할 필요가 없다』는 언론이 있고,『일본이 사과할수록 한일관계는 악화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과거를 바로 봐야한다』는 전 주한대사 스노베씨나 정신대의 진실을 증언한 요시다씨 같은 양심적인 일본인의 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일본이 과거의 죄악을 청산하기를 거절하고 있다는 것이 오늘날 한일 두나라 사이에 놓여있는 근본적 장애물이다.
우리는 「배상금」이 아니라,일본이 지난달의 죄업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하는 길만이 두 이웃사이의 평화를 찾는 길임을 오는 8.15 47돌에 지적해야겠다.
일본은 잘못된 역사 교과서를 바로 잡고,「통석의 념」 같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아니라 솔직한말로 사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은 다만 달러보따리를 거머쥔 「숲속의 야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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