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간적 「인종세탁」 방치못해/내전 사망 6만·난민 2백20만/유엔활동 구호에 한정 사태 진정 실효엔 의문도유엔이 13일(현지시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내전에 군사력 개입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학살과 참상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서유럽은 그간 유고내전의 조속한 진정을 위해 경제봉쇄 등의 미온적 대처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인종세탁」이라는 표현이 나돌 정도로 잔혹한 살상행위가 계속되고 국제여론이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는 쪽으로 정리되자 유엔이 무력개입을 가능케하는 「막판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이번 결의안을 좀더 광의적으로 해석하면 신국제질서 구축에 최대장애로 등장한 민족분쟁을 누그러뜨려야 한다는 서방세계의 공감대로 볼 수 있다. 군사력 개입결의안이라는 극한 처방이 나올정도로 유고내전은 심각하다. 유럽판 「킬링필드」를 연상시킬 정도다. 지난 4월 EC가 보스니아 독립을 승인한이후 사망자는 6만명에 달하고 있다. 난민만해도 2백20만명이나 된다.
뿐만아니라 2차 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을 자행하던 종류의 집단수용소마저 등장했다. 대립 당사자인 세르비아계와 회교슬라브계가 각기 수용소를 설치,이민족에 대해 고문과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민족에 대한 박해는 증오를 증폭시켜 보복의 악순환을 가져왔다.
특히 세르비아 세력은 보스니아 외곽과 몬테네그로에 1백5개의 수용소를 두고 26만명의 회교계와 크로아티아계 등 이민족을 억류한채 고문·강간 등의 잔혹행위를 계속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엔의 군사개입이 사태를 쉽게 진정시킬 수 있을까도 의문시 되고 있다. 사태진정이 어렵다는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유엔안보리 결의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 대한 구호물자 공급 활동으로 범위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걸프전때처럼 본격적인 군사개입이 아닌만큼 무력이 갖는 강제력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엔이 이처럼 「저강도」의 군사개입 조치를 택한 이유는 서방각국의 이해와 한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지상군의 투입으로 인한 인명손실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유고의 주변강국인 프랑스는 미국주도의 유고사태 해결에 미온적이고 독일은 긍정적이다.
이같이 각국의 견해가 상충됨에 따라 군사력 동원은 일단 나토를 축으로 최소한의 소수병력을 파견하는 선에서 그칠 공산이 크다.
세르비아 주축의 신유고연방의 강력한 군사력도 서방측의 대규모 군사개입을 꺼리게하는 요소다. 40만 병력에 1천대 이상의 탱크 그리고 4백대 규모의 전투기 등은 유엔군과의 일전을 유발할 수 있는 잠재요소들이다.
더욱이 아드리아 해안에서 사라예보에 이르는 긴 수송로는 세르비아계의 게릴라전에 너무도 취약해 10만병력으로도 효과를 보기 힘들다. 또한 그리스,루마니아 등으로부터 유입되는 무기에 대해서도 통제가 안되고있다. 때문에 미국 등 서방세계는 보스니아가 「제2의 레바논」으로 변하고 그와중에서 끝없는 대가를 치러야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방측은 병력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영국이 1개여단 3천5백명을 지원하고 프랑스가 2천명 그리고 이탈리아가 수천명선의 병력을 참여시키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수송로 확보에는 적어도 5만∼10만명의 전투병력이 필요하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지상군 파견을 되도록 기피하며 아드리아 해상에 파견한 미 6함대와 소속 해병상륙단 병력만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보스니아 정책은 공군 및 해군병력으로 이 지역에 대한 구호물자 수송로 확보를 측면지원하는데 제한돼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을 근거로 결국 서유럽과 미국의 대세르비아 압력강화는 사라예보 등에 대한 구호물자 수송로 확보와 세르비아에 대한 경제봉쇄 강화에 그칠 공산이 크다. 더불어 국제여론의 진정을 위해 세르비아 난민수용소에 대한 사찰강화와 이라크 쿠르드족과 같이 난민보호 구역 설치 등을 모색하는 정도를 예상할 수 있다.
때문에 이같은 서유럽과 미국의 대증요법식 대응은 서방측이 유고사태의 영구적인 분쟁해결보다는 전시 효과와 정치적 주도권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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