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통합과 지역화의 추세가 중첩되는 복잡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지금은 지구를 단일시장으로 만들려는 통합노력보다는 지역별로 통상권을 형성하려는 블록화의 노력이 보다 강한 것 같다.
또한 결실을 맺고 있는 것 같다. 우리도 한국경제를 어디로 끌고갈 것인가. 어느 길이 한국에 경제적 안전과 번영을 가져다줄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당초의 협상시한을 넘겨가며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우루과이 라운드처럼 세계시장의 단일화를 지향하는 범세계적 협정이면 모든 나라가 다같이 적용을 받게됨에 따라 한국이라해서 특별히 불리할 것은 없다.
보편성과 공정성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역화(블록화)다. 이것은 역내 지역에 대해서는 호혜적인 경제통합이다. 자본·노동의 이동자유가 보장되고 각종 관세가 궁극적으로 철폐된다. 반면 역외지역에 대해서는 차별적이다.
충격적인 것은 지역화가 급속히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3개국이 조만간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할 것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현 EC(유럽공동체)에 EFTA(유럽자유무역협정) 6개국이 합세한 확대경제통합체인 유럽경제지역(EEA)이 93년 출범하게 돼있다. 또한 시장경제로 전향한 동구경제권의 편입도 예상된다. 나프타는 EEA에 대한 대응세력이라 하겠다. 한편 일본은 그들 나름대로 이미 유럽과 북미의 지역화 추세에 맞서 그들의 뒷마당으로 간주하고 있는 동남아 지역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구축해왔다. 일본은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에 대해 전략적으로 투자 등 경제협력을 확대해왔다. 일본은 미국의 반대로 중단했으나 동남아 경제회의(EAEC) 결성을 시도했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미국을 배제한 EAEC결성을 공식으로 주장,미국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국은 미·일과 경제적으로 뿐만아니라 정치·안보면에서 긴밀한 우방관계를 유지해왔으나 그들이 주도하는 경제블록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다만 아·태 경제협의체(APEC)에 참가하고 있다. 아·태 경제협의체에는 미·일·호주·캐나다·중국·홍콩·대만·아세안국가 등 서태평양연안 15개국들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의미의 경제블록은 아니다. 미국은 이 조직의 경제블록화를 원치 않는다. 세계경재의 분화촉진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순한 정책협의기구로 유지하겠다는 것이 미국측의 책략인 것 같다.
미국의 통상전략은 3원적이다. 클레이트 야이터와 칼라 힐스 등 전·현 미 무역대표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지역화협정 ▲쌍무협정 등을 통해 시장개방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해왔다. 블록화된 지역은 자급자족적인(오타르키) 경제체제의 성격을 띨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범세계적인 시장단일화(개방) 계획과는 상충이 된다. 미국이 이러한 모순을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봐야 한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나프타가 정식 발표하게 되면 가뜩이나 밀려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퇴장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3국의 경제통합은 컬러텔레비전·VTR·냉장고 등 대량 소비전자 제품과 저소득층 상대의 저가승용차 등 노동집약적 상품의 경쟁력을 되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과 미국·캐나다의 자본·자원의 결합은 산업전반에 걸쳐 대외경쟁력을 제고해준다. 이들의 경제규모는 인구 3억6천만에 국내총생산액(GDP) 6조4천5백70억달러다. 역외경제에는 도전과 기회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신흥공업국으로서는 기회보다는 도전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나프타를 『해볼만한 도박』이라했다. 세계경제의 3분화 추세에서 한국경제는 어느편을 선택할 것인가. 전통적인 양대우방인 미국과 일본중 어느쪽에 설것인가. 아니면 아·태 경제협의체의 블록화를 촉진할 것인가. 또는 기존체제위에 중국·러시아와 경협을 구축하면서 지금처럼 독항체제를 견지할 것인가. 우리의 대외 경제전략을 재점검해볼만 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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