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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2.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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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침체했던 한국마라톤이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그 영광을 되찾았다. 「작은 거인」 황영조가 「올림픽의 꽃」이라고 일컫는 마라톤 경기에서 2시간13분23초의 기록으로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 최종일 남자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영조선수의 마라톤 세계제패는 손기정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한 이후 꼭 56년만의 쾌거다. 우리나라는 황 선수의 우승으로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대회 첫 금메달(사격 여갑순)과 마지막 금메달을 차지한 진기록까지 세웠다. 그 뿐만 아니라 아시아인으로서는 손기정·황영조선수 단둘이 마라톤의 월계관을 썼다. ◆우리는 마라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각별하다. 나라를 빼앗겨 손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서 뛰어야 했던 한이 서려있기 때문이다. 상록수의 심훈은 손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에서의 마라톤 제패소식을 듣고 『오오,나는 외치고 싶다!/마이크를 쥐고 전세계의 인류를 향하여 외치고 싶다!/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고 절규했다. ◆이같은 우리 민족에 서린 한을 황 선수가 이제야 통쾌하게 풀어줬다. 더욱 값진 것은 황 선수가 끝까지 각축전을 벌였던 일본의 모리시타선수(삼하광일)와 선두에서 달리다가 마지막 40㎞ 지점부터 역주,일본선수를 따돌린 투지에 큰 감동을 안겨줬다. 한국은 88서울올림픽에 이어 이번에도 금메달 12개를 따내,종합순위 7위의 스포츠 강국을 자랑하게 됐다. ◆그러나 국내 정치와 경제는 암울하기만 하다. 종합주가지수는 5백선이 무너진지 이미 오래됐고 국회는 원구성마저 하지 못한채 여야가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다. 다행히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양김 회담이 오늘 열리게 돼있어 여기에 한가닥 희망을 걸어 본다. 정치를 「국면전환」이나 「잔꾀」로 풀려하지 말고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가 주기를 양김씨에게 간곡하게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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