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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싸움」만 하다간 외국기업에 공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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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싸움」만 하다간 외국기업에 공멸”

입력
1992.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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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끼리 공존협력 윈윈게임 새 바람/상품특화 등으로 앙숙관계 청산/상호 영역 인정·비방광고도 중지/삼성­금성 특허공유등 전업종 확산추세내의류 전문업체인 백양은 매월 두차례씩 각 지역점포망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전에 없던 색다른 교육을 실시중이다. 경쟁기업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라는 주문이 교육의 주내용이다. 경쟁기업이란 다름아닌 쌍방울. 영원한 맞수인 쌍방울이 확보하고 있는 지역에 대해 지나친 판촉활동을 벌이지 말 것을 주문하는 이 교육은 신입사원에게도 실시되고 있다.

백양이 이 교육을 시작한 것은 경쟁기업을 쓰러뜨려야 내가 산다는 무조건적인 출혈경쟁은 더 이상 기업발전에 도움이 안된다는 공감대가 양사간에 형성된 이후부터다.

라이벌기업끼리의 경쟁을 상대방 깎아내리기식 경쟁에서 함께 발전하자는 선의의 경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은 백양과 쌍방울뿐이 아니다. 30년 가까이 별들의 전쟁을 벌여온 금성사와 삼성전자가 최근 특허공유를 공식 선언한 것을 비롯,OB와 크라운,미원과 제일제당,롯데와 해태,코오롱과 동양나이론 등 숙적의 라이벌기업이라 불리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나 살고 너 죽기」 식의 피보기 경쟁에 일관했던 국내 기업들끼리 서로 공존하면서 발전하는 이른바 「윈윈(WIN­WIN)게임」의 이치를 터득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이같은 바람직스런 변화는 상대방을 죽여야 사는 「윈 루즈(WIN­LOSE)게임」이 막대한 인력과 경비의 낭비를 초래하면서 모두에게 피해를 줄 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 특히 국내상품 및 유통시장의 개방으로 국내 시장이 이제 더 이상 국내 기업만의 시장이 아니며 국내 기업간 도토리 키재기식의 지나친 출혈경쟁은 공멸이라는 위기감이 라이벌기업간 경쟁양상의 변화를 가져온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국내기업들의 협력경쟁은 최고경영자급의 정례모임을 통한 선의의 경쟁약속,과당광고자제,정보교환,공동기술개발협력,상품의 특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라이벌기업끼리의 경쟁을 협력경쟁으로 전환하는 선도역할을 맡고있는 업종은 전자. 이미 삼성과 금성의 협력이 특허공유 형태로 이루어 졌고 최근에는 가전 3사의 사장단이 모임을 갖고 국산부품 상호구매,밀어내기식 판매 지양,유통개방에 대한 공동대응 등을 약속했다. 전자업체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탁기 특허분쟁,VTR예약녹화기술 도입시비 등으로 대립했었다.

영원한 맞수 OB와 크라운도 최근 양사의 부사장끼리 구체적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도매상과 대형판매점의 도산이 늘어나면서 양사는 납품대금의 회수기일을 공동으로 연장해주는 방안을 논의하는가 하면 부도위험성이 있는 도매상에 대한 정보도 교환한다. 또 간판설치,광고 등 판매상들의 지나친 요구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하고 수시로 담당 임원간 협의를 갖고 있다.

미원과 미풍으로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던 미원과 제일제당은 이제 더 이상 전쟁이 필요없게 됐다. 일부 매장에서 벌어진 양사 영업사원간 주먹싸움도 사라졌다. 양사가 화학조미료 종합조미료 등으로 주력상품을 특화시켰기 때문이다. 양사의 광고경쟁도 크게 줄었으며 광고내용에서도 상대방 비방이 사라졌다.

생산제품이 똑같은 코오롱과 동양나이론은 창업 2대에 걸친 협조체제 유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모두 57년 4월에 설립된 양사는 나일론원사,타이어코드지,카펫,포장용필름,인조잔디,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을 똑같이 생산하고 있으면서도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회장과 이동찬 코오롱회장이 지난 71년에 약속한 제품의 적정가 유지,시장점유율 3대2 유지 등을 현재까지 철저하게 지켜오고 있는 것이다.<이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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