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부터 실시… 구 소 붕괴후 비밀 노출/정예부대서 대통령 보호/매년 첨단벙커 대피훈련1950년대 중반 최정예 헬리콥터 조종사와 승무원들로 구성된 제2587 시험비행 중대는 펜실베이니아주 옴스테드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었다. 명목상 이들의 임무는 유사시 군과 민간인들을 구조하는 것이었지만 실제 임무는 핵공격이 있을 경우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나중에는 존 F 케네디,린든 존슨,리처드 닉슨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핵공격이 임박했을 때 백악관으로 날아가 대통령을 구출,안전지대로 대피시키는 임무를 띠고 있었다. 이들의 헬리콥터에는 백악관 지하에 마련된 대통령 전용벙커의 벽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장비와 아세틸렌 횃불뿐 아니라 방사능 제거장비들도 갖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냉전시대내내 일급 국가기밀로 분류돼 있었고 단순히 「전초작전」으로만 알려져 왔다. 「전초작전」은 미국 관리들이 구상한 방대하고도 은밀한 「운명의 날 계획」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소련붕괴로 냉전시대가 막을 내리자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수많은 운명의 날 계획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핵전쟁의 잠재 위협에 직면해 미 행정부가 세운 비상계획에는 핵전쟁뿐 아니라 군법시행·식량배급·검열 등 수많은 시민권 제한 방안도 포함돼 있다.
당시 미 정부는 모의 핵공격때 수천명의 관리들을 소개시키는 주도면밀한 훈련을 매년 실시했다. 아이젠하워 자신과 그의 각료들은 「장소R」로 명명된 게티스버그 인근의 26만5천평방피트 규모의 「지하 국방부」나 「하이 포인트」로 명명된 베리빌근처의 벙커인 마운트 웨더에 모이곤 했다.
의회 역시 그린브라이어 지하에 마련된 일급비밀 대피소를 갖고 있었다. 「캐스퍼」라 명명된 이 센터는 상하 양원 합동의회를 위한 대규모 홀뿐 아니라 각 의원들의 방까지 갖추고 있었는데 단지 6명의 의원만이 그 존재를 알고 있었을 뿐이다.
운명의 날 시나리오에 대해 버나드 T 갤러거 만큼 잘 알고 있는 인물도 없을 것이다.
갤러거는 58년에서 62년 사이 「전초 작전」의 비행 중대장을 맡았다. 그의 임무는 물론 핵공격으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65년에는 마운트 웨더 책임자가 됐다.
거대한 바위투성이의 산속에 숨겨진 20만 평방피트 크기의 마운트 웨더는 연방정부 기간요원들과 각료들을 위한 가장 중요한 대피소인 동시에 대통령의 주요 피신처였다.
마운트 웨더는 하루 24시간내내 대통령을 승계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동태도 파악했다. 미국이 핵공격의 위협아래 놓이게 되면 각부장관들과 대법관들,또 위협정도에 따라서는 대통령까지의 비행기로 구출하도록 돼 있었다.
마운트 웨더에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지하 지상관측소가 있었다.
또 다른 방에는 일급 비밀 폭발경보기가 있었다. 전국을 그물무늬 모양으로 체크하는 감응장치체계인 이 경보기는 핵폭발에 따른 열과 섬광에 반응하도록 돼 있었다.
대형 미국지도에는 수백개의 소형 전구를 달아 핵폭발이 일어난 지역에는 붉은 불이 들어오도록 했다. 산정상에는 원격조정 카메라와 방사능 감응장치를 설치,인근을 감시했다.
마운트 웨더는 딱 한번 완전 비상사태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65년 9월9일 발전소 고장으로 미국 북동부가 암흑천지가 됐을 때 였다.
당시 이 사태는 핵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됐다. 요원들에게 「즉시 귀환」 명령이 떨어졌다. 80% 이상의 요원이 명령에 따랐다.
예기치 못한 해프닝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운명의 날 훈련 도중이었다. 워싱턴에서 차를 탄 아이젠하워가 마운트 웨더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돼지를 가득 실은 트럭 한대가 좁은 도로를 막고 있었다. 요원들이 급히 내려 트럭을 산위로 밀어올린 뒤에야 출입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아이젠하워 시대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각 연방기구는 핵공격에 대비한 각종 비상계획들을 세워놓고 있다. 오늘날의 계획이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여분 비축이 충분하다는 사실이다. 한 거점이 무용지물이 되면 다른 거점들이 그것을 대신한다.
핵공격후의 경제복구를 위한 계획도 다각도로 마련돼 왔다. 연방 준비국은 컬페퍼에 방사능을 견딜 수 있는 14만 평방피트 크기의 소개본부를 갖추고 있다. 80년대에도 이 본부의 거대한 지하창고에는 핵공격후 미국경제를 재건할 수 있는 막대한 돈이 현금으로 보관돼 있었다.
그러나 소련의 붕괴로 미국의 운명의 날 계획 입안자들은 재앙 시나리오의 전면 재수정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운명의 날 제1세대 계획 입안자들은 무대의 전면에서 퇴장하면서도 경고의 말을 잊지 않았다.
『소련은 역사속의 나라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핵확산과 민족주의의 부활,테러의 위협 등 새로운 위험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정리=홍희곤기자>정리=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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