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여건상 연내엔 불가능”/김영삼/“광역·기초 하나라도 실시를”/김대중/“지자제해야 정치·사회안정”/정주영6일 하오 3시부터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14대 국회의 첫 3당 대표회담은 박준규 국회의장이 동석한 가운데 2시간 30분동안 마라톤 협상식으로 진행됐으나 아무런 합의점을 찾지 못한채 결렬됐다.
이날 회담은 당초 의장실내 별실에서 3당 대표만 모여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정주영 국민당 대표가 『국회정상화를 논의해야하는 자리인 만큼 의장이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4자회담으로 이루어졌고 구창림 의장 비서실장이 배석해 대화내용을 일일이 기록했다.
대화의 초점은 최대한 현안인 단체장선거 문제에 집중됐으나 여야 대표들의 기존입장이 시종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선 끝에 결국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다음은 3당 대표들의 대화내용 요지이다.
▷단체장선거◁
▲김영삼 민자당 대표=단체장선거 연기는 현 국내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결단이다. 중소기업이 연쇄부도를 내고 주가가 4백선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연내 대통령선거와 광역·기초 단체장선거의 실시는 불가피하다. 또 공무원들의 선거관리 능력도 부족하다.
▲김대중 민주당 대표=경제얘기를 자꾸 하는데 돈은 여당이 쓰는 것이지 야당이 쓰는 것이 아니다. 또 지난해 지방의회선거와 올해 총선이후 선거자금이 인플레를 가중시키지 않았다는 경제각료와 청와대 비서진의 얘기도 있지 않은가.
외국의 예를 봐도 경제 잘되는 나라치고 지자제 안하는 나라없다. 지자제 없이 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 또 정국경색은 경제에도 좋지 않다.
또 필리핀은 37개 선거를 동시에 실시하고 몽골을 4개 선거를 동시에 한다. 우리가 선거관리 능력면에서 이들만도 못하다는 말인가.
▲정주영 국민당 대표=지자제를 하면 정치뿐 아니라 지방의 경제 사회도 안정된다. 지방경제가 활성화돼 인구가 서울로 이동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사회가 안정돼 범죄도 줄어들 것이다.
▲김 민자 대표=야당은 단체장선거 연기가 대선서의 부정선거 음모라고 주장하지만 지난 87년 선거때 나와 김대중대표는 지자제 없이도 60%의 지지를 얻지 않았는가. 나는 30년 야당생활을 한 사람으로 부정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국민의 의식이 변하고 있는데 과거와 같은 선거부정이 가능하겠는가. 대통령선거법 개정으로 공명선거를 보장하겠다.
▲김 민주 대표=부정선거는 선거법 개정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 노원을,서초을의 개표부정이나 성주,칠곡의 무더기표는 법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대선법도 고치고 지자제도 실시해야 한다.
선진국 사람들도 지자제 없이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더라. 완벽하게 선거법을 개정해 오해 소지를 없앤다면서 왜 지자제는 안하느냐.
공무원들이 선거관리를 맡고 있어 선거인명부 누락·릴레이 투표 등이 얼마든지 저질러질 수 있다. 그런식으로 한 투표구에서 1백표씩만 부정하면 1백60만표가 조작된다.
▲정 국민 대표=단체장선거는 지방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관권으로 입명된 단체장은 지방에서 군림을 하고 있다. 국민이 장에 억압당하는 것이다. 단체장을 선거로 뽑게 되면 다음 선거를 의식해서 국민들에게 굽신거리고 봉사를 하게 될 것이다.
김영삼대표는 지자제를 안하는게 유리하다고 보는 모양인데 국회를 이 모양으로 만든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 김영삼대표가 대통령이 안돼도 좋다고 결심하면 못할게 없다. 문제는 대통령이 꼭 되려고 하니까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다.
▲김 민자 대표=우리는 지난 1월 대통령의 단체장선거 연기 선언후 6월까지 법개정을 위해 지자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야당의 등원거부로 처리를 못하고 있다. 야당은 현 상황을 여당의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은 야당이 위법상황을 의도적으로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단체장선거는 차기 대통령이 정치·사회여건을 감안해 빠르면 93년중에 실시할 수 있다.
▲김 민주 대표=그렇다면 광역과 기초중 하나라도 연내에 하자.
▲정 대표=지자제를 해야 지방이 발전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기초와 광역을 둘다 하기가 어렵다면 광역이라도 먼저 하자. 단체장선거와 경제는 별개문제다.
▲김 민자 대표=단체장선거는 하나를 하든 둘을 하든 마찬가지이다. 지금으로선 불가능하다.
▷국회정상화◁
▲김 민자 대표=국회정상화가 중요하다. 혁명적 상황이 아니라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토론을 거쳐 다수결을 존중하는 태도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다. 그런데도 다수결을 물리적으로 막는 것은 폭거이다.
▲김 민주 대표=국회가 열리면 뻔한 것 아니냐. 또 지난 67년 김 대표가 야당 원내총무를 맡고 있을 때 반년간이나 등원하지 않았던 적도 있지 않는가.
▲정 대표=국회를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지난번 김영삼대표를 만났을 때 날치기를 안하겠다고 했는데 그것만 확약하고 국회를 정상화하자.
▲김 민자 대표=내가 국회에서 몸으로 싸운 것은 지난 유신치하에서 였다. 그때는 나도 긴급조치 9호 위반에 걸리는 등 싸울만 한 이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김 민주 대표가 큰 정치를 한다는 차원에서 국회정상화에 협조해 주기 바란다.
▲김 민주 대표=다수가 법을 어기고 소수를 탄압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다수결의 원칙이 아니라 폭력이다. 때로 다수의 횡포를 막자면 등원거부 등의 방법을 쓸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우리는 아무 때나 의사진행을 방해한 것이 아니다. 13대 초반 여소야대 시절 의원만했던 국회운영을 되새겨 보라.
▲정 대표=경제가 어렵다. 요즘 중소기업의 연쇄부도가 나고 주식시장도 지수가 5백선 이하로 떨어지는 등 파국을 맞고 있다. 국회를 정상화해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오늘 회담이 성공하면 증권도 올라갈 것이다.<황영식·이재열기자>황영식·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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