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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조사 「관주도」라니(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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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조사 「관주도」라니(사설)

입력
1992.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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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잃었으면 잘못을 뉘우쳐 외양간이라도 빈틈없이 고칠 성의는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전국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기술한국의 얼굴에 먹칠을 한 신 행주대교 붕괴사고의 경우 사후약방문은 즐비하게 쏟아져 나온다지만 진지한 반성과 재발을 막을 성의는 보이지 않는다.그런 인상을 주고 있는 첫째 이유는 사고원인 조사에 나선 당국의 불투명한 태도 때문이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관급공사의 수주 및 감리과정에 도사린 부조리 규명이야말로 사후수습의 핵심적 과제이다. 과거처럼 덮어버리기식이 아니라 엄청난 사고를 내기에 이른 과정을 한점의 의혹이나 사심없이 전문적으로 밝혀내고 책임을 묻는게 앞으로의 재발방지나 근원적 제도개선을 위해 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건설부는 사고조사단 구성 자체에서부터 관주도로 일관,진지한 반성의 빛을 보이기는 커녕 사고여파를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이미 부분적으로 드러나고 있듯 이번 사고는 단순한 시공상의 문제나 안전점검 소홀로만 빚어졌다고 보기가 어렵다. 신공법을 도입한다면서 시공경험이 없는 업체가 하도급을 조건으로 타업체의 설계도를 빌려 신청하는 바꿔치기 숫법으로 응찰이 이뤄졌고,응찰후에도 일곱차례나 설계가 변경됐다는 것이 아닌가. 또한 다리주탑 건설때 불량 레미콘으로 인한 응고 결함 등도 원인으로 꼽히는 마당이어서 다리건설의 업체선정·감리·감독 책임이 있는 건설부의 잘못과 제도의 하자에도 빈틈없이 메스가 가해져야 한다.

이처럼 스스로 책임을 안고 있는 건설부가 공정을 다짐할 수 있는 독립된 민간 전문기관에 사고조사를 맡기는 대신 관주도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게 말이 되는가.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켰다고는 하지만 건설부 고위관리가 조사단장을 맡아 조사를 주도하면서 공사 및 수주·감독과정 전반에 걸친 포괄적 조사보다는 교량의 사고부분에 대한 기술적 조사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 될수도 있다는 걱정마저 학계와 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 그 때문이다.

이같은 걱정에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 구체적으로 과거 수많은 피해와 법정싸움 등 파문을 일으켰던 서울 망원동 수재사고의 경우 방대한 사고조사 기록마저 벌써 없어졌다고 한다. 당국이 참사나 사고의 교훈에 소홀한 명백한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작년 3월 발생한 같은 사장교 공법의 팔당대교 상판 붕괴사고 조사도 형식적으로 끝나 현장사무소장만 교체토록 했을 뿐이었다. 당시 철저하고 공정한 조사를 통해 사고의 교훈을 얻었다면 이같은 사고의 되풀이를 막을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때마침 수사에 나선 검찰이 붕괴원인 조사를 신뢰성과 공정성을 이유로 민간단체에 의뢰키로 했다고 한다. 건설부도 축소혐의를 받는 현재의 관주도 조사대신 지금부터라도 민간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하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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