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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체험」 그후 1년/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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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체험」 그후 1년/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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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1일∼4일간 영동고속도로 피서 절정기의 교통정체는 우리 교통체증 사상 최악으로 영원히 기록됨직하다. 주말인 토·일요일도 아닌 목요일이었던 작년 8월1일의 서울­강릉사이 교통체증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다.평일이면 4시간,주말이래야 5∼6시간 거리에서 저마다 마이카를 몰고나온 피서객들은 시속 5∼10㎞ 밖에 못달려 무려 16∼20시간을 고속도로상에서 진땀을 빼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영동고속도로 하루 적정 이용가능 차량은 9천대에 불과하다. 그런데 여름휴가 피크라 해서 차깨나 있다는 사람들이 너나 없이 영동고속도로로 밀려 들었다. 그 초과 차량이 무려 3배 이상인 3만대가 넘었으니 평소의 3배이상 정체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중부고속도로의 시작점인 하남시 인터체인지에서부터 강릉까지 차량들이 쭉 늘어서서 이동하는 꼴이었다. 개중에는 사고 차량·새치기 차량까지 끼여드니 달리는 시간보다 서있는 시간이 더 걸렸다. 그래서 심한 경우는 23시간이 걸린 사람도 많았다.

그 최악의 영동고속도로가 올여름 휴가피크인 8월1일∼4일 소통 상황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좋아졌다는 이변이 생겼다고 한다. 그야말로 주말인 토요일이었던 지난 1일 서울­강릉간을 7∼8시간에 갔다는 것이다. 작년의 절반내지는 3분의 1 소요시간이다.

교통여건 변화로 미뤄본다면 올해 피서피크엔 훨씬 더 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우선 차량이 지난해 이맘때의 3백84만대에서 1백만대가 많은 4백85만대로 증가했다. 그렇다고 영동고속도로 여건이 나아진 것은 별로 없다. 차선이 확장된 것도 아니고 신갈­원주간 확장공사 때문에 오히려 정체요인이 더 생겼다.

그렇다면 영동고속도로의 휴가철 절정기의 교통체증 이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첫째는 한국 도로공사와 경찰의 대응태세가 지나해 최악의 체험을 통해 훨씬 나아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휴가철 시작 한·두달전부터 분산휴가를 유도한 도공의 유비무환 정신과 자세,경찰의 병목지점 집중관리 등이 주효했다는 것을 높이평가하는데 인색하고 싶지가 않다.

그러나 그보다는 더욱 바람직스러운 경향은 피서객들이 지난해 최악의 교통체증 체험을 통해 최선의 교훈을 스스로 터득하게 됐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역사나 선진국의 선례를 읽고 배우는 지혜가 부족해 스스로 당해본 후에야 「뜨겁고 찬 것」을 가릴 줄 아는 우리이고 보면 지난해 여름휴가 피크가 던져준 교훈은 정말 값진 것인지도 모른다.

체험한후에야 비로서 깨닫고 실천하는 이 값진 교훈을 승화시켜 몸소 겪지 않고서도 지혜로 터득할 수 있게끔 국민들을 유도하는 방안을 찾아 접목시킬 수 있다면,교통문화 정착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사회 전반적인 질서확립의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마저 하게 되는 것이다.

체험한 후에 배우는데는 세계 어느 누구에게도 뒤질게 없는 우리들을 체험없이도 지혜로 배워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한단계 높은 차원의 사회가 되도록 해보자. 언제까지 사회질서 영점이라는 불명예를 덮어쓰고 있을 것인가. 우리 모두 다같이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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