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속단 곤란” 강행태세/민자/“양김 회담 타결” 실마리 기대/민주/“정국 돌파구 마지막 방법” 안도 분위기/국민민자당의 단독강행과 민주당의 실력저지로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던 5일의 국회는 3당 대표회담의 성사로 파국이라는 최악의 상태는 우선 면했다.
그러나 3당 대표회담이 벼랑끝 대화로 정국 정상화의 계기가 될지 파국에 대비한 명분 축적용으로 끝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박준규 국회의장의 주선으로 가까스로 성사된 3당 대표회담 결과에 정국의 향방이 달려있는 셈이다.
○…민자당은 민주당이 박 의장의 3당 대표회담 제의를 수락하자 단독국회 강행여부와 의사일정의 대응강도를 신중히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민자당이 단독 원구성과 지자제법 개정안 처리방침을 전면 수정한다거나 국면이 반전되었다고 판단하는 것 같지는 않다. 총무단을 비롯한 당직자들은 여전히 민주당측의 잇따른 태도변화를 시간벌기 전략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고위당직자도 『김대중대표가 대표회담에 긍정적인 자세를 보인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국회정상화의 길조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대표회담이 성사되는 것을 국회정상화의 돌파구 마련으로 속단키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용태총무가 『3당 대표회담도 좋고 양김 회담도 좋으니 대화를 하자는게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이날 상오까지만해도 강경일변도였던 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리듯이 강경일변도 분위기에 온건론이 가미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민자당은 3당 대표회담 또는 양김 회담의 결과가 기대수준을 밑돌 경우 결국 당초 의도한대로 단독 원구성지자제법 처리로 이어지는 의사일정의 독자운영을 실행에 옮길 태세이다.
이같은 민자당의 자세는 대표회담 등 때늦은 대화에서 구체적 결실이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으며 자칫 대화가 전면 격돌의 수순으로 가는 명분 축적용의 과정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현실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국회복원을 위해 성의를 다하는 모습을 갖추고 싶은 민자당과 무턱대고 실력저지를 불사하는게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란 민주당의 손익계산이 일치한게 바로 뒤늦은 대화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파행의 궁극적 책임을 묻는 여론의 화살이 「두김씨」란 표적을 동시에 겨누고 있는 정황이 벼랑끝 대화를 강요하는 요인이 되고 있음은 부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은 3당 대표회담이 당장 구체적 성과를 가져오지는 못하더라도 강경 대치국면을 해소하는 등 여론의 부담을 덜고 최소한 여당의 지방자치법 강행통과를 연기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애초에 박 의장이 이 회담을 제의했을때 사실상 「별 내용없는 회담에 응해 여당의 강행통과에 명분만을 줄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소극적이었으나 이 회담이 양김 회담과 3자회담으로 가는 디딤돌로 새로 포장될 가능성이 있어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 민주당의 기본입장이다.
예정대로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돼 양김 회담으로 이어지고 「1노2김」 회담으로 까지 이어진다면 회담 참석자들의 무게상 어떤 형태로든 지자제 문제에 대한 타결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는게 민주당의 기대이다.
최근 이같은 기대의 근거로 자주 거론되는 부분이 현재 헌재에 계류중인 지자제 연기 위헌심판 청구소원이다. 여권 핵심부가 이에 대해 예상이상의 부담을 느끼고 있어 민주당의 소원취하를 조건으로 절충점 마련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3당 대표회담이나 양김 회담의 성과가 기대에 못미치더라도 일단 시간벌기에는 성공할 수 있다는 것도 주요한 고려대상이다.
김 민주 대표는 『지자제법안이 날치기 처리되더라도 반드시 연내 지자제 전면 실시를 얻어내겠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일단 「법위반」 상태가 해소되면 공세의 근거가 박약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당내에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당은 3당 대표회담을 처음 제기한 당사자인 만큼 회담성사를 일단 크게 반기는 입장이다.
사실상 마음은 국회정상화에 있었으나 경색정국의 조류에 밀려 몸만 국회 밖에 나와있던 국민당은 3당 대표회담이 정국타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상당히 안도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국민당은 이날 하오 긴급 의원간담회를 열어 즉각 3당 대표회담에 대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지구당 창당대회에 참석차 전남지역을 방문중이던 정주영대표는 이날 김정남총무로부터 회담성사 사실을 보고받고는 나머지 일정을 취소하고 6일 상오 첫 항공기편으로 상경키로 했다.
국민당은 또 3당 대표회담에 앞서 6일 상오 의원총회를 열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문제를 포함,일련의 정국현안에 대한 최종 당론을 확정짓기로 했다.
김 총무는 이와 관련,『3당 대표회담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라며 『국민당은 이번 회담에 변경할 수 없는 최종 당론을 정리해 들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당은 민주당이 제기하고 있는 양김 또는 1노2김 회담에 대해서는 국민당과 관계가 없는한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정진석·정광철기자>정진석·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