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종식”… 중지안 통과/의회/“대통령 고유권한… 계속돼야”/부시/부시,거부권행사 확실 불구 지도력엔 큰 타격【워싱턴=정일화특파원】 경제정책을 놓고 사사건건 시비를 벌여온 미 의회와 부시 행정부는 4일 최대 안보문제의 하나인 핵실험 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정면대결에 들어갔다.
3일 밤 미국 상원은 앞으로 9개월동안 모든 지하 핵실험을 중단하고 그후 3년간 최소한의 실험만을 실시하며 오는 96년 9월30일 이후에는 모든 핵실험을 전면 금지토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부 공화당 의원까지 합세해 68대 28이라는 절대다수로 가결했다.
이에앞서 하원은 이미 10개월간의 핵실험 유예기간을 설정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수도 및 전기지출법안 개정안 형식으로된 이 핵실험 금지안이 상원을 통과하기 직전 체니 국방장관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건의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상원은 이날 절대다수로 이를 통과시켰다.
4일 피트 윌리엄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정오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의회의 조처를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안보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이 법안은 반드시 거부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실험 문제는 국방정책의 최고 기밀사항에 속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는 대통령 고유권한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윌리엄스 대변인은 이 법안에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되도록 국방부,에너지부,국가안보회의 등이 거부권 행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법안의 제안자인 조지 미첼 민주당 원내총무,공화당 이탈자인 마크 하트필드 의원 등은 이제 동서 냉전관계가 종식된 마당에 핵무기가 더이상 필요없고 보유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결국 부시 대통령의 서명을 위해 백악관으로 송부된후 거부권 행사로 다시 의회로 넘겨질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그럴경우 상원 단독으로는 대통령 거부권을 번복할 수 있는 3분의2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는 3분의2 확보가 어렵고 따라서 결국 대통령 거부권을 뒤집을 수는 없으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한 공방은 결국 부시 행정부가 핵문제 같은 주요 국가안보 문제에까지 의회의 도전을 받게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국방부의 설명에 따르면 핵실험은 미국이 원자탄을 보유하고 있는 한 매년 일정한 양을 터뜨려 봐야 보유원자탄의 안전과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실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핵실험을 통해 새로운 무기의 개발과 방사선 등의 과학적 이용에 대한 주요 실험이 행해지고 있어 미국의 미래과학 및 무기발전 때문에라도 반드시 계속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회는 냉전시대가 끝났으니만치 96년까지 모든 핵무기의 안전장치를 확보하고 핵실험 자체를 하지 말도록 입법화 하려는 것이다.
피트 윌리엄스 대변인은 미국의 핵보유량에 비해 이들의 안전 및 신뢰도를 지키기 위한 핵실험이 연간 몇회이며 몇톤급의 원자탄을 터뜨려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은채 다만 『미국은 현재 70년대에 비해서는 4분의1 정도의 핵실험만 하고 있고 90년에 비해서는 3분의1 정도의 실험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963년의 핵실험 금지조약으로 지상 핵실험이 금지된후 연 6회 정도의 지하 핵실험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의회가 행정부의 경제부흥정책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기 때문에 미국경제가 계속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의회는 『부시 대통령이 의회의 경제정책안을 36번이나 거부권으로 묵살해 버려 아무런 경제적 발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제 부시의 지도력은 국가안보 문제에까지 의회의 도전과 간섭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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