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관행에 보증료 큰부담/양키본드등 무보증과 대조적/“공신력있는 신용평가기관 육성 시급”민간기업의 미양키본드(장기무보증회사채)시장 본격진출을 계기로 국내회사채발행·인수제도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국내의 회사채 인수기관이나 투자자들은 회사채발행 기업의 신용도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무조건 다른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을 요구하는게 관행화되어있다. 해당기업으로 봐서는 부담하지 않아도 될 보증료(0.5∼1.0%)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물 수밖에 없어,잘못된 금융관행으로 인한 금융비용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제적 신용도면에서 신용도가 높은 기업을 신용도가 더 낮은 금융기관이 지급보증하는 사례도 비일비재,지급보증제가 금융기관에 보증료수입을 안겨주기 위해 형식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10월 미국에서 2억5천만달러 규모의 10년짜리 무보증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2천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을 일체 받지 않고 미국의 투자자로부터 10년동안 빌려 쓰는 격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신용평가전문기관인 S&P사로부터 A-의 신용등급을 받았고 곧 미국현지에서 투자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 미국유수의 대형증권회사들이 서로 주간사업무를 하겠다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다는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이 타금융기관이나 본국정부 등의 보증없이 삼성전자의 장기회사채를 그냥 사들이겠다는 것이다. 반면 대부분의 국내 투자자들은 투자의 안전성 확보를 내세워 고작 3년짜리 회사채를 사면서도 신용도에 관계없이 지급보증을 요구한다. 삼성전자가 만약 이만한 규모의 회사채를 국내에서 발행하려 할 경우 보증수수료만도 매년 10억원(2천억원×0.5%)씩 10년간 1백억원을 부담해야할 판이다.
금융선진국의 투자자들의 한국기업의 자체신용도를 인정해 주고 있는데도 정작 국내투자자들은 자국기업의 자체신용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내 민간기업 가운데 현대자동차 유공 등도 양키본드를 발행할 수 있는 신용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동우 삼성전자이사는 『국내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려할 경우 은행 등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을 요구하는게 관행화되어 있고 은행도 회사채 지급보증을 해주면서 그룹내의 다른 계열사들(1∼2개)로부터 지급보증에 대한 지급보증을 다시 받는 등 2중 3중으로 지급보증이 이루어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보증회사채 발행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최우량기업이 발행하는 단기채의 경우 보증없이 발행되기도 한다. 그러나 양키본드처럼 만기가 보통 7∼10년인 장기채를 한국에서 무보증으로 발행한다는 것은 현행 금융관행상 생각할수 없는 일이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모두 7백5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 가운데 5백억원이 보증채이고 2백50억원이 무보증채이다.
금융관계자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처럼 공신력있는 신용평가전문기관이 없다』며 『대부분의 기관투자가들이 내무규정으로 무보증채는 매입할수 없게 해놓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이백만기자>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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