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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무신경/이건우 전국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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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무신경/이건우 전국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2.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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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학교는 우째 다닐끼고』『진작부터 그렇게 이야기 해도 보수 한번 하지 않더니만 결국…』

3일 하오 1시께,경남 남해군 창선면 지족리 다리입구 구멍가게 앞에서 지난 30일 창선대교 붕괴사고후 군이 마련한 유일한 통행수단인 30인승 유람선을 타기위해 기다리던 학생·주민 10여명이 바닷물위로 드러난 상판잔해를 바라보며 한결같이 스산한 표정들이었다.

12년전의 섬마을 사람들로 되돌아간 불안과 고립감에 휩싸인 창선면 주민들은 자신들이 앞으로 겪을 고통보다는 10여년간 무수한 진정과 요구를 묵살한채 팔짱만 끼고 있던 행정당국의 무사안일·보신주의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을 더 찾기 힘들어 하는듯했다.

연중 하루 10∼20여대의 관광버스들이 몰려 성업을 하던 다리앞 나루터 횟집 등 횟집 4곳은 관광객이 끊기면서 수족관의 물을 빼버렸고 면일주 도로는 간간이 지나다니는 경운기·오토바이 뿐 4륜 차량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썰렁한채 활기를 잃어버렸다.

10년전 남편을 잃고 혼자 3남1녀를 키우며 방학을 맞아 고향에 온 셋째 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러 이동장에 갔다오는 길에 참변을 당한 서복이씨(48) 집의 불운을 악덕 건설업자와 태만한 담당관리들이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교통 두절로 생필품난·물가고에다 유류 파동까지 겪고 있는 창선면 주민들은 유람선 1대만 배치해 놓고 주민들의 통행불편 해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행정당국,이웃집에 안부전화 한통 걸 수 없는데도 전화회선 복구율이 85%라고 발표하는 한국통신측의 땜질식 태도에서 또다른 분노를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공사를 중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대형 건설공사 입찰제의 불합리성,공사 수임후 곧 도산한 지방 부실업체를 선정해 공사를 맡긴 건설 행정당국의 무책임성,개통직후부터 10여년간에 걸친 주민들의 갖가지 진정·호소를 적당히 들어넘겼던 행정관청의 무사안일이 한순간에 육지를 섬으로 떼어 놓았고 1만여 주민을 벽지에 가둬 버렸다.

하오 6시30분 섬을 떠나는 마지막 배를 탄 기자는 둔기로 뒷머리를 맞은 것처럼 어지러웠다. 다리를 건널때마다 넘실대는 바닷물을 보면서 불안해 했던 주민들의 호소를 어떻게 관계자들이 무시할 수 있었는지 그 「구조적 무신경」을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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