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0일 국민투표 앞두고 홍보전 가열/“안정·번영추구” “자유침해” 맞서/잇단 실정따라 반대여론 점고【파리=한기봉특파원】 유럽통합 헌장인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비준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40여일 앞두고 프랑스 정가와 사회가 8월들어 찬반 캠페인으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EC 12개 회원국중 조약비준을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나라는 덴마크와 아일랜드,프랑스 3개국으로 이중 덴마크 국민은 지난 6월2일 부결시켰고 아일랜드는 6월18일 통과시켰다. 연말까지 의회절차로 결정짓는 나머지 나라는 비준이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다음달 20일의 프랑스 국민투표는 덴마크 이후 불확실성이 높아진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운명을 사실상 결정짓는 일이다.
프랑스가 독일과 함께 유럽통합의 주도적이고 그 구심적인 역할을 해온 것을 고려한다면 만약의 부결사태가 가져올 충격은 유럽은 물론 세계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유럽 한가족이라는 구상이 근본적으로 붕괴되는 것은 물론 유럽통합은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투표가 다가오자 프랑스 언론은 연일 찬반토론을 게재하고 있고 여야 각 정당과 정치세력들은 바캉스 시즌인데도 8월초부터 조직구성과 대중집회 홍보를 통해 본격적인 대국민 설득을 개시하고 있다.
집권 사회당은 유럽이 북미와 일본,아시아 신흥공업국의 도전과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서 안정과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주장과 함께 프랑스가 오래전부터 주창해온 유럽통합이 실패할 경우 닥칠 고립과 위기를 부각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유럽통합이 국가주권 및 전통과 다양한 문화,국민의 자유로운 의사를 근본적으로 침해하거나 부정하고 국민경제를 희생시키며 권위적인 초국가 기구의 출현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을 지적하고 있다.
제1야당인 드골우파의 공화국연합(RPR) 소속 다수의원들과 공산당,극우파인 국민전선(FN)은 조약비준에 반대하는 반면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이 이끄는 불 민주연합(UDF)은 지지를 선언,야당이 분열돼 있다.
공화국연합내에서도 전 총리인 시라크 당수는 차기 대통령 출마를 의식,개인적으로는 찬성의사를 공표하고 소속의원들에게는 소신에 따라 결정할 것을 촉구,공화국 연합내에서도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파스콰 상원 원내총무 등이 주도하는 공화국연합의 비준 반대세력은 전국 순회연설과 함께 3일부터 민간후원을 받아 전국에 「자유,나는 너의 반대를 사랑한다』는 벽보를 게시,자유의 이름(반대를 뜻하는 「농」은 발음상 이름이라는 뜻과 같음)으로 조약을 거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조약 반대론자들의 캠페인이 두드러지면서 지지를 확산해 가는 추세에 비해 사회당 정부는 여러가지 점에서 곤경에 빠져있다.
정부는 이달초부터 2천5백만프랑(약 35억원)을 들여 TV·방송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계획했으나 독립적인 방송위원회는 광고문안이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테랑 정부를 초조하게 하는 요인은 마스트리히트 조약에 대한 국민투표가 현 정부에 대한 신임투표의 성격으로 변질 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11년 장기집권의 미테랑 대통령과 베레고브와 총리는 개선되지 않는 높은 실업률과 각료·하원 의장의 잇단 부정부패사건,농민 및 트럭운전사 등의 시위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보건당국의 에이즈오염 수혈 등 최근 터져나온 악재로 어느 때 보다도 낮은 신임도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 정권에 대한 이같은 불만은 조약의 비준거부로 표출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통합이 앞으로 4년간 유럽의 경제성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IMF(국제통화기금)의 보고서가 지난주 공개된 것도 투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으로 등장했다.
실제로 지난 5월중순의 조사에서 52대 25로 나타났던 찬반여론은 7월초 42대 32로 좁혀졌다.
프랑스의 지식인 계층이 『예스 마스트리히트,노 미테랑』을 외치고 있지만 프랑스 국민들이 50여일후 실제로 어떤 선택을 내릴지 유럽과 세계는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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