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백인통치 종식”/흑인,본격 정치공세/“소수파 전락” 현 정권 강경대응/지분싸움 귀착… 타협여지 남아넬슨 만델라가 이끄는 아프리카 민족회의(ANC)의 주도로 3일부터 4백여만명의 흑인 노동자들이 전국 총파업에 돌입함으로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상황은 지난 90년 2월 만델라,석방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찰과 흑인 시위대 혹은 흑인 적대세력간의 충돌로 이미 3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총파업은 소수 백인지배의 종식을 위한 다수 흑인의 본격적인 권력쟁취 공세를 의미한다.
이같은 사실은 ANC와 그 제휴세력인 남아공 노조연맹(COSATU)의 강경파들이 이번 파업을 백인정부 전복 투쟁의 일환으로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ANC측은 백인정부에 권력을 포기,다인종 과도정부를 구성하라는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어떤 정치협상도 거부하고 총파업이라는 강경카드를 동원했다. 반면 데 클레르크 대통령 정부는 ANC측에 선협상 참가를 고집하며 팽팽한 정치적 힘겨루기를 계속해왔다.
ANC가 정치투쟁을 장외로 끌고 나오게 된 표면상의 계기는 지난 6월17일 수도 요하네스버그 인근 보이파통시에서 발생한 흑인 집단살해사건.
ANC의 만델라 의장은 어린이,부녀자 등 흑인 43명이 희생된 이 사건을 「흑·백갈등」을 부추기려는 백인 사주세력의 소행으로 간주하고 유엔차원의 객관적 진상조사 및 관련자 엄중처벌을 요구했다. 만델라는 더 나아가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 등 극한 투쟁을 강행하겠다고 선언,보이파통 사건을 정치공세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만델라가 취하는 정치공세의 저변에 깔린 근본 목표는 다인종 과도정부의 신속한 구성을 통한 권력이양이다.
이와 관련,ANC와 백인정부는 지난 3월 아파르트헤이트(인종 격리정책) 폐지와 흑인 참정권 인정여부를 묻는 백인만의 국민투표를 전후해 흑인 지도자들도 참여하는 과도행정기구 「민주남아공대표자회의」(CODESA)의 연내 설립을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ANC측은 전체인구 4분의 3을 점하는 다수 흑인에 의한 남아공 지배를 강조,과도행정기구내 보다 많은 지분의 요구와 함께 궁극적으로 1인 1표의 선거제도 확립을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데 클레르크는 국제여론의 등쌀에 흑백 격리정책 폐지라는 민주개혁의 성과를 이룩했지만 기본적으로 다수 흑인의 통치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즉 소수파로 전락할 운명에 처한 백인(전체인구 12%)의 거부권이 보장되지 않는한 흑인 다수의 지배는 또다른 권력의 전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결국 이번 남아공 총파업의 본질은 권력지분 싸움에 귀착한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분석은 앞으로 남아공 정국이 극한 폭력대립보다는 협상을 통한 사태해결 가능성을 예고해 준다.
그러나 만델라의 지도 노선에 불만을 갖는 흑인 강경세력과 3백년 동안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백인 극우파 등은 아직도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돌출변수」로 남아 있다.<김영걸기자>김영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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