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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산­VT사 「책임 미루기」 공방/신 행주대교 붕괴원인 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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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산­VT사 「책임 미루기」 공방/신 행주대교 붕괴원인 싸고

입력
1992.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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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재 연결선 절단은 설계문제”/“자체 조사결과 설계엔 하자 없다”/부실 시공·감리 감시할 공적기구 필요신 행주대교 붕괴원인을 둘러싸고 시공자인 벽산건설과 설계·감리자인 오스트리아 VT사 사이에 책임공방이 빚어지고 있다.

양사는 사고원인 규명에 최소한 2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면서도 다투어 책임전가성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고직후 1백50톤의 사장재 50톤급 크레인 등 상판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임시교각이 붕괴됐다고 추정했던 벽산측은 3일 『자체 조사결과 주탑에 사장재를 연결하는 강철케이블이 끊어진 것이 붕괴의 이유이고 이는 설계상의 하자가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번복했다.

회사측은 『이 결론은 잠정적인 것』이라고 전제하고 『사고의 1차적인 책임이 있는 시공업체로서 사고원인을 먼저 발표하는 것은 책임회피라는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조심스러운 단서를 달았다.

이에 대해 붕괴부분인 3백40m 사장교 구간을 설계하고 감리한 오스트리아 VT사측은 2일 바에틸라 부사장 등 회사간부 3명을 현장에 투입,조사한 결과 『설계상의 하자는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VT사의 한 관계자는 『벽산건설측으로부터 사고원인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설계는 문제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시공에 잘못이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토목전문가들은 『주탑에 상판을 콘크리트 사장재나 강선으로 연결할 때 양쪽이 균형을 잃으면 붕괴의 가능성이 높다』며 설계의 하자보다는 시공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고현장을 살펴본 모기업의 관계자는 『남쪽 주탑에 연결돼 있던 사장재가 상호균형을 상실,상판을 내려쳐 붕괴됐을 것』이라고 말해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했다.

한편 학계에서는 시공도중 미끄럼판의 고장으로 공사가 지연,당초 8월말 완공 예정이었던 공사가 다시 연말로 연기되면서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해 사고가 났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특히 공사입찰 과정에서 벽산측이 공사예정가 보다 낮은 액수로 응찰했고 대안입찰을 통해 공사비가 30% 저렴한 ILM공법을 택한 것도 부실시공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신 행주대교 붕괴사고의 원인은 건설부 특별진단반의 조사가 끝나는 2개월뒤에야 정확히 밝혀질 수 있지만 이번사고로 부실시공 및 허술한 감리활동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공적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 행주대교의 경우 현장사무소에는 건설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소속 2명의 감리원이 나와 있었지만 사장교·ILM공법에 무지해 정확한 감리활동을 벌일 수 없었고 건설부의 정기검사와 지난 6월의 임시 감사도 단순 안전점검에 그쳐 결과적으로 사고를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학계 및 토목전문가들은 신공법 및 고도의 기술부분에 대해 감리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주축으로 공적기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설계 및 감리활동을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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