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개월간 정당은 있되 국회는 없었으며 4천5백만 국민의 권리 의무를 전달하는 국회는 존재하지 않았다』 박준규 국회의장은 1일 제158회 임시국회를 민자당 단독으로 개회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스스로의 무력함과 역사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국민앞에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뉘우쳤다.이번 8월 국회는 이처럼 국회가 국회의 기능을 다하지 못한데 대한 반성과 사과로 시작되었지만 과연 얼마나 나아질지 극히 의심스럽다. 그보다는 오히려 단독소집을 하지 말라는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된 임시국회인지라 앞날이 더욱 걱정된다. 개회이후 여야가 잡고있는 수순을 보면 격돌밖에 없을 것같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상임위원회구성 등 원구성 마무리를 독자적으로 한뒤 지방자치 단체장선거를 연기하는 내용의 관계법안을 일방적으로라도 처리한다는 강경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민주당은 당장 오늘부터라도 국회에서 의원들이 농성에 들어갈 태세이다. 여당의 단독강행에 야당의 실력저지라는 천편일률적인 한국정치의 악습이 그대로 되풀이될 운명에 있는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시대에 횡행하던 정치행태가 민주화시대를 맞은 이시점에서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에 당혹감을 금할 수 없다. 세계가 변하고 남북관계도 변하고 모든 분야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데 유독 한국의 정치만은 불변을 자랑하고 있으나 어찌된 일인가. 제자리 걸음도 아니고 오히려 뒷걸음을 계속하고 있는 한국정치의 현실에 안타까움만 더해갈 뿐이다.
구국적 차원에서 단행되었다는 합당조치로 탄생한 민자당의 정치 역량이 고작 이것밖에 되지않는 단 말인가. 다수의 힘만 믿고 밀어 붙이기만 하는 여당이라면 과거 독재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던 집단과 무엇이 다른가.
온건합리주의 노선으로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던 야당의 변신노력은 이제 포기한 셈인가. 국회의사당 점거 농성이라는 극한 투쟁방식은 구시대의 유물아닌가.
새 정치를 표방하고 나선 새 야당의 진면목은 지금과 같은 혼란상황에서 왔다갔다 우왕좌왕하는것인가.
7월 개원국회를 허송하고 새로이 맞는 8월국회라면 각당은 새로운 각오로 정상화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9월 정기국회도 보나마나일 것이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3당대표회담을 하라는 소리도 있지만 근본적인 사고의 변화가 없는한 회담을 해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여당은 제2의 6·29선언이라도 하는 심정으로 되돌아가야 할 것이다.
야당도 강력투쟁밖에 모른다는 소리를 이제는 듣지 않도록 해야한다.
신당은 신당답게 새로운 맛이 있어야 국민의 관심을 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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