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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는 것인가/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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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되는 것인가/이성춘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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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작년에 체류했던 호놀룰루 시내에서 목격한 일이다.매일 아침 하와이대학교로 가는 버스정류장 근처 4차선 도로의 50∼60m구간이 유난히 패고 갈라져 보기에도 흉했다. 그런데 어느날 건설회사 인부들이 장비를 갖고 와서 길을 파헤치고 새로 포장공사를 하고 있지 않은가.

공사가 끝나고 며칠 뒤 학교에서 오다 보니 기술자인듯한 3명이 무슨 측정기를 들고 새로 포장한 구간을 오가며 도로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잠시후 그중 한명이 다가와 시청의 건설감독관실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공사를 제대로 했는지를 검사중』이라고 말했다. 필자를 주민으로 착각했던 모양이었다. 필자가 『도로가 깨끗하게 포장됐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매주 1회씩 4∼5주동안 ,그 뒤 매달 1회씩 1년간 검사한 후에야 판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순간 미국사회의 탄탄한 저력을 실감했다.

5공시절 「선진조국」의 기치를 요란하게 떠들어 댔지만 선진국이 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외형적인 수치나 성과로 되는게 아니라 갖춰야할 요체가 있는 것이다.

즉 통치권자를 비롯한 모든 공직자들이 국민을 무섭게 아는 것은 물론 권리를 아껴쓰고 책임을 스스럼없이 지며 모든 사람이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국민들도 응분의 도리와 책임을 다한다는 확고한 원칙과 가치관과 도덕률을 확립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1950년대 프랑스 제3공화국시절 정국은 암담했다. 정쟁으로 내각이 3∼6개월마다 바뀌어 당장이라도 국가적 혼란이 올듯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관료체제­공무원사회가 정치에 한눈팔거나 또 흔들리지 않고 산처럼 중심을 잡고 나가자 국민들은 오직 공무원­관만을 믿고 열심히 일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예나 이제나 국민을 참으로 하늘처럼 여기고 분명한 책임을 지는 관의 자세도,원칙도 찾기 힘들다는게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이다.

이번 신행주대교의 어이없는 붕괴사고는 원칙이 없는 무책임행정 부실행정의 단면을 보여주는 예라할 수 있다. 다시말해 오늘날 국가경영의 상황을 웅변으로 설명해주는 사건인 것이다.

지난 70년 4월 발생한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은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당국이 가난한 무주택서민들을 위해 시민아파트 건설사업을 추진한 것은 좋았으나 과잉의욕과 돌격식공사에만 열중한 사이 무허가 업자들까지 끼어들어 한심한 부실공사로 30여명의 인명피해를 초래케한 것이다.

그로부터 20년후,국민소득 6천달러를 바라보는 등 커다란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은 사실이나 관안팎에 팽배한 무책임 무원칙의 자세는 별로 개선되지 않았음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하겠다.

대소사고는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사장교 건설공사의 여러사고도 그렇고 작년의 팔당교붕괴와 최근 남해의 창선대교 붕괴사고 등은 최선을 다한 뒤의 천재지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무책임과 부실공사로 빚어진 인재사고인 것이다.

신행주대교의 경우 과연 건설당국이 계획전에 전문가들을 모아 몇차례 기술관계 공청회를 가졌는가. 공사가 어려운 사장교로 결정했음에도 경험이 없는 건설업체에 큰 공사를 맡긴 이유는 무엇인가. 더구나 사고나기 한달전 건설당국이 전국의 대교공사장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하면서 행주대교는 「문제없다」고 한데는 어이가 없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사고는 2백만호 주택건설의 무리한 추진으로 건자재파동과 갖가지 부실공사를 빚은 것처럼 6공정부의 성과주의 지향 자세에서 빚어진 것이 아니냐는 비판마저 적지않아 국민들로서는 우울하기만 하다.

하기야 무원칙과 부실자세는 건설당국 뿐이겠는가. 국정운영을 견제하고 또 이끌어가야할 정치­국회마저 국민의 눈밖에 나고 부실판정을 받은지 오래다. 결국 부실과 무책임으로 인한 사고가 날때마다 피해자는 국민이다.

긴 얘기할 것도 없다. 노 정권에 또다시 당부하고자 한다. 남은 임기동안 새롭게 또 무리하게 각종 공사나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고삐가 풀리고 흔들리는 원칙을 바로잡고 더 이상 일부 관의 무책임과 불성실한 자세로 국민에게 충격과 실망을 주지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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