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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수주에 「신공법」 추진이 불씨/신행주대교 붕괴 문제점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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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수주에 「신공법」 추진이 불씨/신행주대교 붕괴 문제점 뭔가

입력
1992.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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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박스형」서 대안입찰 설계변경/주탑연결 강선대신 콘크리트 사용/일산 신도시 입주맞춰 무리한 공기단축도 한몫지난해 신도시 부실공사의 파동의 악몽이 채 가시기 전에 잇달아 발생한 남해 창선대교와 신행주대교 붕괴사고는 공공건설공사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다. 공사의 품질이나 안전도보다는 공사수주와 공기단축에만 열을 쏟는 건설업체의 관행과 부실공사를 눈감아 주거나 부실점검을 하는 감독관청의 직무유기 등이 어우러져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연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무엇이라고 밝혀지든간에 단순한 기술적 결함보다는 건설업계의 구조적 부조리가 사고의 주범이라는게 공통적 지적이다.

신행주대교의 사고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공회사가 헐값으로 공사를 수주,무리하게 신공법을 사용한 것이 1차적 원인이라는게 중론이다. 시공회사인 벽산건설은 지난 87년 12월 정부가 산정한 공사예정가 1백47억9백만원보다 적은 1백44억5천만원에 이 공사를 수주했다. 그러고도 벽산측은 당초 평범한 콘크리트 박스교량으로 설계됐던 이 다리를 대안입찰을 통해 상대적으로 공사비가 많이 드는 사장교로 바꾸었고 몇가지 신공법까지 시도했다. 사장교도 강선으로 주탑을 매다는 기존 방식과 달리 콘크리트를 사용했고 상판건설도 압출공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벽산은 자체 기술능력이 없어 오스트리아에서 사장교설계를 들여와 오스트리아인 기술자들의 자문을 받아가며 공사를 해왔다. 건설업계는 벽산이 이러한 신공법을 시도한 것은 높이 평가할만한 일이지만 낮은 공사비로 이를 해내려한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벽산이 그동안 사용한 공사비는 이미 수주액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헐값으로라도 일단 공싸를 따낸 뒤 변칙적인 방법으로 부족분을 메우는 것은 건설업계의 고질적 병폐중 하나다. 건설업체들은 정부가 산정하는 공사비가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보다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응해 공사를 따낸다. 이렇게 공사를 따낸 뒤에는 설계기준에 못미치는 부실자재를 사용해 공사비를 줄이거나 설계변경을 거듭해 공사비를 증액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독기관이나 공사발주기관 관계자들을 잘 구워삶아야 하며 이 과정에서 유착관계가 형성되는게 정해진 코스다.

무리한 공기단축도 빠지지 않는 건설공사의 대표적 문제점이다. 최근 수도권에 건설되는 도로,지하철 공사에서는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사례가 적지않다. 이번 신행주대교도 오는 8월 시작되는 일산 신도시 입주와 자유로개통에 맞춰 8∼9월로 공기를 단축하려 했으나 도저히 불가능해지자 연말로 완공시기를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설업체들도 공사비를 줄이고 자금순환을 빨리 하기위해 무리한 공기단축을 시도하는 사례가 많다.

건설공사의 고질적 부조리는 감독관청의 직무태만과 겹쳐 더욱 악화되고 있다. 건설부는 지난 5월 민간전문가들과 합동조사반을 편성,이번에 사고가 난 신행주대교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이때 유일한 지적사항은 위험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 뿐이었다. 며칠후 무너질 다리를 점검하고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당시 건설부는 건설공사 사고가 잇따라 부실공사에 대한 언론보도가 계속되자 떼밀리다시피 정부발주 대형공사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한 것인데 점검 자체가 부실화된 것이다. 건설부 관계자는 이에대해 『어느날 갑자기 몇명의 점검반을 편성,몇시간 공사현장을 돌아보고 무슨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겠느냐』고 형식적인 감독행정의 한계를 털어놓았다.

1명의 사망자를 내고 1만명 이상 주민들을 섬에 고립시킨 창선대교 붕괴사고도 현지 기관들이 여러차례에 걸쳐 붕괴위험을 경고했는데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안전판정을 내린 뒤 한달만에 사고가 난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최근들어 정부발주 대형공사에서의 각종 사고가 급증하는 추세에 있다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실시공이 줄기는 커녕 더욱 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올들어서만도 신도시에서 조립식주택 부실시공이 여러차례 말썽이 됐고 고속도로 공사에서도 붕괴사고가 있었으며 지난 6월에는 서울지하철 공사장 두곳에서 붕괴사고가 발생,인명피해를 냈다.

그러나 부실시공이 이처럼 늘어나는데도 행정기관이 사후조치를 취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현행 건설업법에는 부실시공을 했을 경우 해당업체의 면허를 취소하거나 정부공사 입찰을 제한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처벌실적은 거의 없다. 지난해 부실공사로 처벌을 받은 업체는 겨우 2개뿐이고 처벌내용도 5백만원 과징금만 부과됐다. 부실공사와 부실행정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게 현실이다. 지난해 신도시파동을 겪고도 어떻게 이런 사고가 하루 간격으로 발생할 수 있느냐며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건설공사의 부조리에 대해 구조적이고도 전면적인 수술을 해야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여론이다.<배정근기자>

◎잇단사고… 「사장교」 안전성 논란/일반 교량보다 미관·견고성 장점/공사비·기술적 곤란… 외국선 기피

이번에 붕괴한 신행주대교를 포함,최근 몇년간 큰 사고가 난 다리들이 대부분 사장교여서 이 다리의 안전도와 효율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장교는 교각을 세우고 그 위에 상판을 얹는 국내 대부분의 교량과는 달리 높은 주탑을 세운 뒤 이 탑에서 뻗어나온 초강도 강선을 다리에 연결,이 강선이 끌어당기는 힘(장력)으로 다리무게를 지탱하는 교량이다. 사장교는 기존다리보다 미관이 수려하고 단순,견고한 장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교각이 없기 때문에 다리 밑으로 배들이 지나갈 수 있으며 강물이 너무 깊거나 수심이 빨라 교각을 세우기 어려울때 대안이 되고 있다.

이런 장점에 반해 시공이 어렵고 공사비가 많이 들며 공기가 오래걸리는 등의 단점이 있다. 이러한 기술적 어려움때문에 사장교는 지난 1920년 독일에서 일찌감치 개발되긴 했으나 널리 보급되지 않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83·84년 여수 앞바다의 돌산대교와 해남의 진도대교가 사장교로 처음 건설됐다. 그 뒤에는 건설사례가 뜸하다가 유원건설이 88올림픽대교와 팔당대교를 사장교로 건설했으나 두 다리 모두 사고가 발생,팔당대교는 공사가 중단되고 88올림픽대교는 올림픽이 지난 1년 뒤에야 완공을 보게 됐다.

신행주대교는 기존 사장교가 강선으로 연결돼 강선이 부식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강선위에 콘크리트를 입히는 신공법으로 건설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사장교가 기술적 난점은 있지만 그것 자체가 사고원인은 될수 없으며 부실시공에서 사고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일반적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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