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무능력” 깎아내리기에 총력/삼성/공동건조 거부에 “상도의 무시” 비난/한진우리나라 경제계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재벌들이 이권싸움에 몰두,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6공말기에 정부가 각종 굵직 굵직한 대형사업들을 서둘러 추진하는데도 문제가 없지 않지만 재벌들이 이 기회를 틈타 특혜성 이권사업을 서로 차지하려고 기를 쓰고 있는 것도 기업윤리에 어긋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한척 건조가격이 2천억원이 넘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 3호선의 건조권을 둘러싼 재벌간의 접전은 삼복더위를 더욱 짜증나게 하고 있다.
LNG수송 3호선의 운항선사인 한진해운이 그룹의 계열사인 한진중공업을 선박건조사로 정부에 추천하자 LNG 수송선건조사업 참여를 추진해온 삼성중공업이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해 반박성명 광고를 내는 등 한진해운에 건조권이 돌아가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진측은 삼성이 참여하는 2개사 또는 3개사가 공동건조하는 타협안을 내놓기도 했으나 삼성측이 이를 거부,두 재벌간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LNG수송선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의 수송을 원활히 하기위해 가스공사가 오는 2006년까지 10여척의 LNG수송선을 건조키로 하고 지난해부터 발주하기 시작했다. LNG선과 관련된 사업주체는 하주인가스공사와 운항선사인 해운회사,그리고 건조조선사 등 세곳이다.
1,2호선은 운영선사인 현대상선이 LNG 수송선으로 모스형을 채택,지난해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을 건조선사로 추천해 가스공사가 이를 받아들여 현재 건조중에 있다. 3호선 운영선사로 결정된 한진해운의 경우 선박형을 맴브레인형으로 결정한 뒤 지난달 계열사인 한진중공업을 건조선사로,4호선 운영선사인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을 건조선사로 추천했었다.
이를 두고 삼성은 시비를 걸고 있는데 삼성측은 한진해운이 선박건조권을 계열사인 한진중공업에 주는 것은 LNG수송선 운용권과 건조권을 동시에 갖는 이중특혜이며 유사선박의 건조경험도 없고 건조준비도 제대로 돼있지 않다며 건조권을 삼성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한진측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면서도 그동안 두 재벌간의 관계를 고려,컨소시움을 구성해 공동건조하자고 제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삼성은 이 양보안도 거절한채 3호선 건조선사 결정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진측은 삼성이 공동건조제안마저 거부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해에 집착한 나머지 상도의를 무시한 행위라며 불쾌해 하고 있다.
한진측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계열사 건조선사로 결정한 선례가 있는데도 이를 문제삼는 것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3호선의 건조권을 따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유사선박의 건조경험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진은 지난 75년부터 멤브레인형 선박의 특허권자인 프랑스 가즈 트랜스포르트사로부터 기술을 도입,LNG선과 유사한 냉동운반선과 가스운반선 11척을 건조한 경험이 있고 지난 7월에는 이 회사의 계열사인 LNG선전문조선소 아틀란티크 조선소와 단독기술계약을 체결한 점을 들어 근거없는 억지라고 반박하고 있다.
LNG 3호선을 둘러싼 두 재벌의 싸움을 볼라치면 지나치게 그룹의 이해를 내세워 순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오는 2000년까지 LNG선의 세계시장 규모는 매년 10여척이 발주돼 2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같은 거대한 시장에 대비,기술을 축적하는 것이다. 당장 내년부터 정부조달시장이 개방되게 돼있어 5,6호선은 외국조선소와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할 입장이다. 만약 재벌간의 싸움으로 3호선을 건조할 조선소 결정이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국내조선소가 건조권을 따낸다는 보장도 없다. 당사자들은 재계의 화합과 국내 경제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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