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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항겪는 고교체제 개혁/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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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항겪는 고교체제 개혁/이행원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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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계 편중에 「대입위주교육」으로 중병을 앓고 있는 고교교육을 공고중심의 「취업위주교육」으로 일대전환을 하겠다는 고교 교육체제 개혁이 시행에 들어간 것은 지난 90년 5월부터다.미 군정하에서 미국식 교육을 본뜬 교육체제가 골격을 잡았고,건국후에도 2세 교육을 어떻게 유도하겠다는 국가차원의 장기적인 교육목표와 철학 부재속에서 그저 고등교육의 대중화 추세만을 부추겨온 우리교육 근반세기 결과는 「너도 나도 대학을 가야만 산다」는 고학력 과열현상을 더없이 심화시켜 놓았다.

인문고와 실업고의 비율이 68.4대 31.6이란 기형적인 현실은 인문계 대학위주의 고학력 풍조와 뿌리깊은 숭문사상에서 비롯된 우리사회의 잘못된 출세주의를 웅변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선진 산업국가들은 우리와는 정반대다. 기술과 기능을 중시한다.

교육부의 고교 교육체제 개혁은 90∼95년까지 6개년계획으로 인문계 편중의 이러한 고교 교육체제를 50대 50으로 개혁하자는게 골격이다. 또 인문고 안에서도 취업계열 과정과 대학진학 과정을 35대 65로 조정함으로써 맹목적인 4년제 대학진학에 제동을 걸자는 것이었다. 가히 혁명적이라 할만한 것이다.

이 개혁이 성공하면 고졸자의 67.5%를 취업쪽으로 유도하고 대학진학 희망자를 32.5%까지 낮춰,교육 만병의 근원인 대학입시 과열과 재수생 누증을 해소해 「우리교육 40년 숙제」를 풀어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훌륭한 교육개혁시책이 막상 시행에 들어간지 3년이 됐지만 실적이 너무나 미미하다. 인문고 대 공고 중심의 실업고의 개편율은 4.4%포인트에 그쳤다. 인문고 비율 68.4%가 64%로 낮아진 반면 공고 등 실업고 비율이 31.4%에서 36%로 많아졌을 뿐이다.

3년 시행결과가 이래가지고서는 50대 50의 원대한 이상은 한낱 꿈으로 그치고 말 위기에 처했다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원인을 알아보니 첫째가 역시 재원문제란다. 인문고를 공고로 개편한다거나,아예 공고와 실업고를 신설하려면 많은 추가재원이 소요된다. 수많은 사립인문고를 개편 유도하는데는 엄청난 규모의 국고지원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부분의 교육부 예산은 90년 첫해에는 6백87억원이나 됐던 것이 91년에는 33.8%인 2백32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분도 절반이 안되는(41.6%) 2백86억원에 그쳤다.

정부가 하는 일은 매사가 이런식이다. 시작할 때는 의욕이 넘치고 요란스럽게 떠들어대다가도 계획시행 중간쯤 가면 시들해진다. 특히 당장 생색이 나지 않는 교육투자에는 국가예산을 주무르는 경제기획원의 칼놀림이 매정하기가 이를데없다.

그러면서 경제기획원과 상공부 등은 입만 열면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분야의 기능인력 부족으로 우리산업의 경쟁력 약화 책임을 교육부의 잘못때문이라고 떠넘기기 일쑤다.

고교 교육체제 개혁을 저해하는 요인은 또 있다. 학부모와 동문들이 왜 공고로 전환하려느냐면서 반대한다는 것이다. 인문선호의 낡은 사고가 아직도 사회저변에 깊게 깔려있다는 증거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겹쳐서 실사구시에로의 고교 교육체제 개혁은 암초에 걸려 난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잘못 시작된 우리교육의 핵심 난제를 바로 잡으려는 이번의 개혁시책마저도 실패로 끝나게 된다면 우리의 병든 교육풍토는 영원히 치유될 수 없게 될는지도 모른다.

주무인 교육부는 더 말할 것도 없지만 범정부·범사회 차원에서 재원과 지혜와 노력의 뒷받침이 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특히 예산당국인 경제기획원의 각별한 이해와 예산할애를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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