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폐암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임신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국산담재의 모든 포장위에 표시된 경고문이다. 이 경고문이 아니라도 담배가 인류의 건강을 해치는 공적 제1호이며,특히 청소년에게 주는 폐해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일이다.더구나 우리나라는 어른은 물론 청소년까지도 흡연율이 당당 세계 제1위인 나라이다. 한국금연운동협회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남성흡연율은 미국이나 스웨덴의 두배가 넘는 74.2%나 됐으며 고교 3년생의 그것은 44.8%로서 일본의 26.2%와 미국의 15%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생각해보면 한심한 「세계 제1」이다.
건강에 나쁜 줄 알면서도 국민이 마구 피워대도록 방치하고,그것을 독점으로 팔아 남기는 돈을 국가재정에 쓰는 현실은 무엇이 정의이고 범죄인지를 분간하기 조차 어렵게 만드는 아이러니이다.
흡연에 관한 이런 상황인식에서,지난 27일 경기도 부천시의 시의회가 지역시민운동 단체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청소년 흡연을 부추기는 담배자판기 설치를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로 평가된다. 금연운동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풀뿌리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시민운동 차원에서도 크게 바람직한 현상이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사실 청소년 흡연율의 급속한 증가는 지난 86년의 담배 수입개방과 88년 수입담배의 대폭적인 가격인하,과대 광고,불법판촉 그리고 자판기의 대량설치에 결정적으로 영향받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천시 YMCA 등 시민단체들은 청원서에서 시내에 설치된 자판기 45대 중에서 22%인 10대가 학교주변에 설치됐고,전체 판매량의 24%를 청소년들이 구입하고 있음을 확인한 조사결과를 들어 이들 자판기가 특히 청소년 흡연율을 증가시키는 주범임을 지적했다.
이번 부천시 의회의 조례제정은 담배자판기를 길거리에서 몰아내는데 성공했다는 가시적인 변화에도 뜻이 있겠으나,그같은 공론의 제기와 수렴과정을 통해 보여준 이 시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들의 책임과 노력을 부천 시민들이 앞장서 실천했다는데에 더 귀중한 성과가 있다고 생각된다. YMCA 등 부천시의 지역시민 단체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는 동안 끈질기게 주장하고 노력하고 행동한 그 모든 모습은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발디뎌야 하는가를 보여준 하나의 전범일 뿐 아니라,모두들 심각하다고 개탄만하고 있는 청소년문제에 시민들이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가를 제시해주는 하나의 단서라고도 할 수 있다.
청소년은 나라의 미래이다. 청소년 흡연은 나라의 미래를 병들게하는 악폐라고 할 수 있다. 부천시 의회의 노력이 전국에 확산되기를 거듭 기대해 마지 않는 까닭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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