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코민사건의 검찰수사가 장장 50여일만에 마무리됐다고 한다. 검찰이 수사최종결과라며 발표한 내용을 보면 『역시 예상대로구나』 하는 실망감이 앞선다. 인체에 유해한 메탄올이 시민단체에 의해 징코민에서 검출돼 비롯됐던 이번 사건은 유해의약품을 방치한 보사행정의 난맥과 약업계와의 유착,의약품에 대한 국가감정기관의 공신력문제 등이 겹쳐 엄청난 파동으로 비화됐었다.그러나 수사결과는 이런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척결은 간데없고 고작 징코민제조 동방제약 사장과 징코민허가 당시의 보사부 제약계장에 대한 불구속입건이 내용의 전부이다. 검찰은 지난달 수사중간발표를 통해 이번 파동자체가 보사당국의 우발적·기술적 실수일뿐 법률적 잘못은 없다고 일찌감치 꽁무니를 뺄 준비를 해온터라 최종발표를 보고서도 놀랄게 없다고 하겠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된 이 시점에서 보사당국과 검찰에 묻고 싶은 것은 전국을 뒤흔들었던 메탄올파동의 성과와 교훈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솔직히 말해 그런 파동을 겪고서도 달라진건 진정 아무것도 없다. 사실 이번 파동이 예사로운 사건이었던가. 시민단체가 앞장서서 인체에 유해한 메탄올함유 의약품을 고발한 것을 시작으로 꿀먹은 벙어리행세를 한 끝에 「검출됐다」 「안됐다」로 국립보건원의 공신력실추가 노출되고 보사부장관 스스로가 차제에 보사행정의 구조적 비리와 업계유착을 발본해야한다며 검찰에 직접 수사의뢰까지 했던 사건이 아니었던가.
그런 엄청난 사건과 파동을 우발적·기술적 실수일뿐이라고 중간수사발표를 통해 한차례 의혹 덮어버리기를 시도한 뒤 이번에 다시 구조적 유착은 없다며 마지못해 두명을 불구속입건하는 것으로 끝을 내 버렸으니 당초의 의혹은 하나도 풀리지않은채 그대로 남아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의 발표대로라면 보사부장관 스스로 노출시켰던 보사행정의 고질적 비리와 유착혐의는 다 어디로 갔다는 말이가. 또한 중간수사발표에서 지적됐던 징코민의 불충분한 제조공정과 당국의 감독책임에 대한 수사결말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건지도 궁금해 의혹이 더욱 꼬리를 문다.
결국 앞서 보사부 자체조사 및 검찰의 중간발표와 이번 최종발표로 미루어 당국의 일관된 방침은 서둘러 불이나 끄고 보자는데로 모아진다하겠다. 당국이 국민보건에 직결된 문제마저 이처럼 핵심을 피해갈때 국민들만 2중의 피해를 당하게 마련이다.
보사행정의 비리가 척결돼 모처럼 약사행정 및 국가적 감정업무가 제궤도에 오를 수 있는 값비싼 계기를 당국은 이번에도 다른 대형사건에서 처럼 또 외면해 버렸다.
수사는 끝나도 의혹은 여전히 남고 국민적 불신만 깊어지는 이같은 국정의 파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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