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중해/「죽음의 바다」로 썩어간다(특파원 리포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중해/「죽음의 바다」로 썩어간다(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2.07.27 00:00
0 0

◎주변 17개국서 오수유입/중금속 등 수질오염 심각/휴양지 옛말 “시궁창 전락”/대부분 연안서 수영못해【런던=원인성특파원】 남부 유럽과 북아프리카,중동 일부 국가들의 젖줄인 지중해가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중해를 오염시키는 일차적인 주범은 주변국가에서 쏟아내는 하수이다. 지중해에 연해있는 국가는 모두 17개국. 이들 국가의 1백20여 해안도시에서는 매일 엄청난 양의 하수를 지중해로 흘려 보내고 있다. 이중 85%가량은 제대로 처리되지도 않은채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휴양지로 꼽히는 지중해 연안중 4분의 1 정도는 수영을 하기에도 부적합한 상태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지중해 국가들이 쏟아내는 오염물질은 다양하다. 이들 국가에서 배출되는 산업 쓰레기에 함유된 오염물은 폐유가 연 12만톤에 이르는 것을 비롯해 납 크롬 수은 등 유독물질도 상당수 들어있다. 이밖에 농약과 비료 질소화합물인 페놀 등도 대량으로 지중해에 흘러들고 있다. 이러한 오염물질 때문에 문명발상지의 하나이자 주요 휴양지인 지중해는 지난날의 아름다움을 상실한채 연안국가들의 시궁창으로 전락해가고 있다.

지중해가 이처럼 오염돼가고 있어도 이를 되살리기 위한 집중적인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바다의 규모에 비해 지중해를 끼고 있는 국가가 너무 많고 국가들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7개 연안국가들은 경제수준이 심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데 이로인해 지중해 환경문제를 바라보는 부국과 빈국간의 입장 차이도 뚜렷하다. 프랑스는 90년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9천5백만달러에 이르지만 이집트는 겨우 6백만달러 수준에 머물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부국들은 과거 지중해를 오염시킨 주범에 속한다. 이들은 이제 쾌적한 환경은 물론 지속적인 산업발전을 위해서도 지중해의 정화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 터키와 북아프리카의 이집트 알제리 모로코 등은 환경보다는 당장 자국민을 먹여 살리기 위한 경제성장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지중해 국가들은 리우환경회의의 합의에 따라 지역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이달초 이탈리아에서 처음으로 회의를 가졌다. 비공개로 이틀간 진행된 이 회의에는 각국의 환경정책 담당자와 기업인 등이 참석해 지중해를 살리는 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부국과 빈국간의 입장차이 때문에 뚜렷한 결론을 도출하는데는 실패했다. 결국 지중해의 환경오염에 대해 관찰과 감독을 강화하고 연안국가들간의 긴밀협조를 다짐하는 선에서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번 회의는 지중해 오염에 대처하기 위해 연안국가들이 처음으로 자리를 함께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서로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정화노력이 늦어지는 동안 지중해는 죽음의 바다로 변해가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