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1주일째 밤샘 불공/“뒷바라지 못했는데” 눈물/이문동 19평 한옥 “축제”「10.0」 「10.3」 「10.6」…
여갑순이 강적 레체바를 따돌리고 금과녁 적중행진을 계속하자 전국의 가정과 피서지는 「만세」 함성으로 진동했다.
18세의 수줍은,그러나 무섭게 침착한 소녀의 신기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식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온 국민은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국민들은 대회 첫 금메달에 감격했고 강적을 따돌린 역전극에 열광했으며 가난한 택시기사 딸의 장거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여양의 집◁
지난 19일부터 경기 고양시 여산2리 도성암에서 택시운전도 포기한 채 1주일째 맏딸의 선전을 기원하다 TV를 통해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 여운평씨(47·개인택시기사)와 어머니 박연순씨(43)는 『제대로 뒷바라지도 못해줬는데 큰 일을 해내다니…』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암자뒤편 산신각에서 두 무릎에 피멍이 들도록 백팔배를 거듭하며 「갑순의 금메달」을 기구했던 여씨 부부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료기사 10여명으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여씨 부부는 하오 7시30분께 이웃들이 몰려온 서울 동대문구 이문3동 237의98 집에 도착,감격을 나누었다.
여씨는 『온 국민들과 기쁨을 함께 하고싶다. 이제껏 딸을 위해 애써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씨는 『맨 처음 소식을 접했을때 거짓말인줄 알고 믿지를 않았다』며 딸의 쾌거가 믿어지지 않는 표정이었다.
여씨는 딸이 사내아이처럼 활달한 성격으로 어릴때부터 골목대장역을 했다고 말하며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실업팀으로 가려고 했으나 모든 역경을 이겨내기로 결심,한국체대 진학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뒤늦게 달려온 여양의 고교감독 정주한씨(33)는 『여양이 대단한 승부근성을 가져 결선에만 오른다면 금메달이 확실하다고 확신했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박씨는 여양이 지난해 국가대표로 선발된 이후 3년간 운영해오던 을지로의 분식집을 그만두고 우이동 도선사 등지로 불공을 드리러 다녔으며 지난 20일 부터는 남편과 함께 철야로 딸의 선전을 기원했다.
여양의 집은 19평 규모의 작은 한옥. 이날 하오 5시59분 여양의 금메달 수상이 확정되면서 몰려들기 시작한 이웃 주민들은 수박과 음료수·맥주 등을 준비했다 즉석잔치를 벌였다.
◎가정·피서지마다 “만세”
▷시민표정◁
휴일인 이날 하오 TV와 라디오를 통해 여자공기소총 결선 장면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여 선수가 숨막히는 접전을 벌이며 한발 한발 금메달을 향해 쏠때마다 탄성을 지르다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 『여갑순 만세,사격만세』 등 환호성을 올렸다.
시민들은 반신반의 하면서도 각 가정과 다방 등에 모여 앉아 여 선수가 레체바를 리드해 나가는 모습을 가슴졸이며 보다 끝내 금메달을 따내자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날 찜통더위 속에 해변과 산 등 피서지로 몰려 나간 피서객들도 결선장면을 숨죽이며 지켜보다 최고의 피서 선물을 안겨 주었다고 환호성을 올렸다.
◎88년 청량여중 2학년때 총잡아… 4년만에 쾌거
▷여갑순◁
여 선수는 지난 88년 청량여중 2학년때 담임교사의 권유로 총을 잡은 이래 만 4년만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고교대회에서 몇차례 두각을 나타냈을 뿐 국제대회서는 별로 성적을 올리지 못해 선수단에서도 당초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난 18일 바르셀로나에 도착한뒤 쾌활한 성품과 타고난 건강으로 시차적응의 어려움없이 다음날부터 실탄사격 훈련에 돌입,결선(8강) 진출의 커트라인격인 3백93점(4백점 만점)을 가볍게 넘어서 금메달 희망을 걸기 시작했다.
74년 5월생으로 1남2녀중 장녀인 여 선수는 올들어 실력이 급상승하기 시작,지난 4월 모예트 델 바예트 사격장에서 열린 프레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는 등 이후 줄월드컵,이탈리아월드컵,뮌헨월드컵 등 연속 4번의 국제대회에서 세계 강호들 가운데 유일하게 모두 결선에 진출했고 자신의 최고기록을 4번이나 경신하는 등 상승세르 달려왔다.
사격 대표선수들 사이에서 『한마디로 총을 세우는 재미를 아는 선수』라는 칭찬을 받아온 여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소총끝에 달린 가늠구멍도 아주 작은 것을 사용,그만큼 조준선 정렬과 격발에 이르는 타이밍이 정확한 선수다.
특히 성적에 기복이 없는 장점이 있는데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직후부터 매일 3시간씩의 실전 연습과정에서 컨디션 조절에 성공,대망을 이뤘다.
여 선수는 한국체대에 진학할 선수에 있을 수 있는 대학스카우트 파동을 피해 일찌감치 진로를 정해 주위사람들로부터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럽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1백59㎝의 키에 56㎏의 탄탄한 체구인 여 선수는 해외 전지훈련에서도 틈만나면 부모님께 편지쓰기를 즐겨하는,아직은 감수성 예민하고 수줍은 소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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