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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총리­./김창열칼럼(토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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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총리­./김창열칼럼(토요세평)

입력
1992.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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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현 정무원 부총리께­.먼저,외국 신문을 몇줄 인용하겠습니다. 부총리로서는 읽기가 매우 거북한 내용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난 2월26일 일본 아사히 신문의 1면 칼럼은 그 서두를 이렇게 내오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이 글은 제6차 남북 고위급회담때,김일성주석이 남측 대표단과 환담한 내용을 다룬 것이었습니다. 환담에서 김 주석이 한 말중 『개인이 자동차를 갖게 되면 큰 일이다. 전기차는 좋으나 가솔린차는 폐암을 일으키기 때문에 안된다』 『일본 친구에게 들은 즉,동경에서는 3층 이상에 사는 사람으로 폐에 구멍이 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더라』고 한 것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란 것입니다. 컬럼의 필자는 김 주석이 어디에서 그런 지식을 얻었을까­고,의아해 하면서,정보의 「양」과 「정확성」이 민주사회의 기본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용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결코 대단한 글은 아니고,「상상할 수 없는 일」 등의 표현이 약간은 호들갑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이 짧은 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나 자신 그 때 김 주석의 환담 내용을 우리 신문에서 읽으면서,한편 놀라고 한편 의아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인식의 격차,인식의 벽이 크고 높음을 절감한 것입니다. 그런 갭과 벽의 연장선 위에 그려지는 평양의 남한상이 어떤 것일지를 생각하니,난감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역시 남과 북을 오가는 정보의 「양」과 「정확성」에 생각이 미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부총리의 이번 서울 나들이도,이런 면에서 더 큰 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에 보고 느낀 그대로를,남의 좋은 점과 나쁜 점,강점과 약점을 빠짐없이 「직보」하는 일이 긴요하다는 것입니다. 또 북으로서의 생각을 남측에 「직설」하는 일도 있긴합니다. 이렇게 남북간 정보의 「양」과 「정확성」이 더해진 바탕위에서,남북 경제협력의 가능성과 한계,당면한 문제점을 다 짚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만한 긴 안목이 없이는,시범사업 몇건을 서둘러 착수한다고 해서 큰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 점,부총리의 이번 나들이는 퍽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경제전문가의 식견과 풍부한 외국 경험으로 해서,벌써 남쪽의 경제실상을 상당히 정확하게 파악했을 것으로 믿습니다. 위로는 노태우대통령을 만났고,또 정부당국자와의 회담도 예정하고 있으므로,남측 당국자의 생각도 충분히 파악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쪽 기업가들의 남북 경협열기도 이미 확인이 된 셈입니다.

이로써,부총리는 소기했던 성과의 태반을 얻었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나로서 부총리에게 당부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남한같은 사회에서는 정부와 재벌만이 아닌 국민의 속 마음도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남북 경협과 핵의 연계론입니다. 부총리는 그같은 남측 당국의 태도가 대다수 국민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임을 중시해야 합니다. 이산가족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백만 이산가족의 목소리는 여론의 큰 흐름을 만들어 냅니다. 그 흐름은 정부도 거역 못합니다. 남한사회가 그렇게 달라진 것입니다. 앞으로 더욱 그렇게 달라질 것입니다. 밀사와 밀약을 통한 남북논의는 이제 옛일로 치부되어야 합니다.

이런 사정은,부총리의 남행이 발표되었을 때,서울의 주요 신문들이 오히려 당혹감을 나타내며,정부의 무원칙을 나무라고 성급한 경협을 경계하는 주장을 편 데에서도 읽을 수가 있을 줄로 압니다.

그런 논조역시 국민 일반의 생각을 반영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국민들은 부총리의 동정이 실린 바로 그 신문지면에서,판문점의 핵통제 공동위회담과 적십자회담이 더욱 어긋나가고 있다는 보도를 함께 읽고 있습니다. 어찌 경협을 하라고 정부를 독촉하는 여론이 생겨나며,그런 여론의 뒷받침 없이 정부가 어떻게 발벗고 나설 수가 있겠습니까.

부총리가 돌아가서 「직보」할 내용중에는,반드시 이 같은 민심과 여론의 동향,남한사회의 변화와 그 방향이 중요항목으로 포함되어야 할 줄로 압니다. 여론의 다양성을 잘못 재단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그 사이 보도를 보면,부총리는 대단히 강렬한 인상을 남측 관계자들에게 남긴 것 같습니다. 국무총리까지 지낸 어떤 경제단체장은,부총리를,60년대 남한 경제성장의 시동을 걸었던 장기영부총리에 비유했습니다. 바로 한국일보의 창간·발행인이었던 그는 박식·활달·추진력의 대명사나 같은 이였습니다. 지난 5월 평양에서 부총리를 만난 어떤 학자는,부총리를 「인간적으로 큰 일을 해낼 큰 그릇」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과학원 부원장 시절의 부총리를 만난 어떤 학자는,평양체재중,부총리가 「동구에 유학한 박사이며,천재로서 국보적인 존재」라고 하는 말을 여러번 들었노라고 했습니다.

나는 이들 인물평이 한치 어긋남이 없고,그 인물평에 어긋남 없는 큰 일을 부총리가 해 낼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이 바람은 지금 우리가 매우 어려운 선택을 당면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간절합니다.

남에서 보면 북을 껴안아야겠는데,좀처럼 경계심을 풀 수가 없습니다. 북은 북대로 개방을 하긴 해야겠는데,체제가 걱정일 것입니다. 이 딜레머를 벗어나자면,남도 달라지고,북도 달라지는 결단이 필요하나,그렇다고 「고르디어스의 매듭」처럼 일도양단해 버릴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능력있고 책임있는 사람들이 이마를 맞대고 해법을 차근차근 찾는 도리밖에 없습니다. 부총리를 향한 기대가 이런 데 있습니다.

부총리의 이번 나들이가 남북 매듭풀기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빌어마지 않습니다.<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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