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대립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에 있었던 민자당과 국민당의 대표회담에서도 정국타개의 실마리는 발견되지 못했으며 단체장 선거를 둘러싼 민주당의 태도가 워낙 강경일변도여서 여야 대화의 길마저 막혀있는 상태이다.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연내 실시를 주장하는 야당측 주장이 전혀 양보의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는것과 꼭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 대한 민자당의 입장 또한 한치의 양보없는 강경자세이다. 강경과 강경이 맞부딪치면 마찰과 상처밖에 남을 것이 없다. 정치는 상실되고 피차의 감정만이 나를 첨예화 될 뿐이다.
지난달 29일 문을 연 14대 개원국회는 의장단 구성만을 마치고 공전을 시작,상위구성조차 하지 못한채 오는 28일 30일간의 회기를 끝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지난해의 정기국회이후 13대,14대로 이어지는 국회공백 기간이 7개월 이상이나 계속됨으로써 너무 장기화된 의정의 공백상태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이젠 비난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정치는 어디로 갔으며 국정을 맡아야할 의원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있다는 것인가. 단체장 선거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나 그것이 국회를 7·8개월씩이나 헛돌게하고 정치를 미로에 빠뜨리게해도 된다는 것인지 여야 모두에게 묻고 싶다.
「정치」의 뜻이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실현을 추구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정권의 장악과 유지를 위한 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국민의 뜻과 소리를 수렴해서 국민을 잘살게 만들려는 노력과 과정이 바로 정치일 것이다. 특히 민주정치의 요체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국민의 뜻과 소리를 잘 융화시켜 그 속에서 생겨나는 마찰과 갈등을 평화적 방법으로 조화·해결하는 것이며 그것이 곧 정치의 목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치는 마찰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치적 합의의 폭이 너무나도 좁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의견의 대립이 있을 경우,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으로 이를 조정할 방법을 찾는데에 너무나 미숙하고 인색하다는 얘기이다. 지엽적인 정치의 기교는 발달되어 있으면서 근원적인 조화와 타개에 필요한 큰 정치는 존재하지 않고 있다. 정치의 큰 목적을 위해 지엽적인 것은 버릴줄아는 큰 정치의 출현이 아쉽다.
단체장 선거를 빌미로 무한정한 대립상태를 지속시키는 행위는 지양되어야 한다. 우선 여야는 대화부터 시작해야하며 그 전제로서 정부·여당은 단체장선거 연기라는 위법행위를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야당이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새롭게 제시해야 옳다. 또 야당은 야당대로 현실성 없는 요구를 계속 고집할 것이 아니라 야당이 내세운 명분이 어느정도 유지되고 대선수행에 도움이 되는 협상조건의 관철로 현실타개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인줄로 안다. 대화와 협상없는 주장의 평행선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멸시를 가중시킬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 주었으면 싶다. 대화만이 큰 정치로 한발 다가서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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