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벌” “경형으로 추방” 양론/마약반입 중형·절도범 집유 들쭉날쭉/살인등 갈수록 조직화·흉포화… 대책시급최근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양형기준이 일정치 않아 혼란이 일고 있다.
외국인 범죄는 서울의 경우 지난 90년 4백24건에서 지난해 6백68건으로 늘어나는 등 매년 50% 이상 급증하고 있고 범죄유형도 절도·네다바이·날치기 등 단순범죄에서 마약류 밀수·강도·살인 등으로 조직화·흉포화 하고 있으나 법원의 뚜렷한 양형기준이 없어 내국인 사건보다 양형편차가 더 심한 실정이다.
선고형량이 크게 차이나는 이유는 『중형을 선고해야 외국인 범죄에 대한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견해와 『외국인 범죄자를 교도소에 장기수용하는 것 보다는 가벼운 형을 선고한뒤 빨리 강제출국시키는 것이 국가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다』는 입장이 맞서있기 때문이다.
서울형사지법 합의23부 김동건 부장판사는 지난해 헤로인 2.5㎏(시가 50억원 상당)을 자신의 위장속에 숨겨들여온 나이지리아인 3명에게 각각 징역 6∼8년씩의 중형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사람의 뱃속을 용기로 이용한 밀반입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발견된 수법으로 국내 판례가 없어 최고형이 8년인 영국 판례를 참고했다』며 『중형 선고만이 외국인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최상책이라고 판단했다』고 중형 선고이유를 밝혔다.
김 판사는 실제로 이 판결 이후 더이상 나이지리아인이 마약거래 운반책으로 이용된 사건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으나 이후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운반책에 불과한 피고인들의 행위에 비해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내용의 이의전화를 받았다고 밝혀 엄벌주의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서울형사지법 8단독 강형주판사는 지난달 상점에서 4차례 돈을 훔쳐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2년이 구형된 이란인 2명에게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법무부에 의해 강제출국 되도록 했다.
강 판사는 『국제화시대를 맞아 출입국 외국인 숫자가 느는만큼 범죄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엄벌주의가 범죄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은 별 의미가 없다』며 『오히려 주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교도소에 외국인을 장기간 수용하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라고 밝혔다.
서울형사지법 이영범 수석부장판사는 이같이 엇갈린 입장에 대해 『최근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외국인 절도범에 대해 형사지법 판사들에게 양형의견을 물어본 결과 엄벌주의와 강제추방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외국인 범죄의 급증추세에 따라 이제 우리 법원도 양형기준 마련을 비롯,재판과정에서의 통역문제,실형이 확정된 외국인 범죄자의 수용문제 등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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