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역군등 당내 보수파 대거 몰아냈지만/행정부엔 오히려 더 득세… 개혁길 “발목”【홍콩=유동희특파원】 『「좌왕」의 낙선과 「좌장」의 당선』 중국 공산당 14차 당대회(정식명칭은 당제14기 전국대표대회:14전인회 혹은 14대로 약칭함)에 참석할 당대표 선거결과를 분석한 홍콩 한 신문의 결론이다.
올 11월 개최예정인 14대는 중국의 장래를 결정할 중요한 정치행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홍콩 언론들은 당대표 선거,즉 대의원 선거부터 큰 관심을 보여왔다.
중국 공산당은 대의원 선거는 당기구 혹은 각부문 당조직의 지도부가 제시한 후보명단중 10%정도를 당원의 직접 비밀투표에 의해 최저 득표순으로 낙선시키는 이른바 「차액 투표제」 방식에 따라 이루어 진다. 13대부터 도입된 이 방식은 당 지도부의 노선에 반대하는 주요인사를 제거하는데 활용돼왔다.
따라서 이번 대의원 선거에서도 등소평의 과감한 개혁노선에 반대 ,혹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주요인사들을 얼마나 솎아냈느냐가 홍콩 언론의 관심사였다.
지난달 끝난 대의원 선거는 모두 2천1백명의 대의원을 확정지었는데 보수파를 되도록 많이 탈락시키려는 등소평의 계산은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적지않은 보수파의 거물들을 탈락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개혁파 인사 역시 「차액투표제」의 덫에 걸려 낙선하는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이번 대의원 선거를 통해 고위 당지도자들로부터는 외면상으로나마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등소평의 개혁노선이 하부 당원들 사이에서는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상반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현실이 드러났다.
보수파의 본산이라는 북경시의 당위원회와 시정부의 선거에서 이석명서기와 진희동시장은 무난히 대의원을 선출됐다.
반면 선거 얼마전 개혁적 자세때문에 등소평의 칭찬을 들었던 수도 강철공사 이사장 주관오는 낙선했다. 공식적으로는 주의 고령이 낙선한 이유라고 설명되고 있으나 그의 독선적인 지도방식에 대한 반발과 급진적 개혁에 대한 거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총참모부,총정치부,총후군부,군사위관 공청 및 국방과공위 등 군계통에서는 조그마한 이변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유화청,양백빙,지호전,조남기,섭력과 정형고 등 대의원이 되어야할」 인사는 모두 당선됐다.
그러나 중앙조직부,중앙선전부,중앙연락부,중앙관공청,인민일보,신화사,중앙당교 등 당중앙 직속기관 계통에서는 보수파에 대한 「대학살」이 이루어졌다.
「지하 총서기」라는 별명을 갖고있는 보수파의 거물 등역군이 낙선한 것을 비롯,왕인지·서유성 등 중선부의 정·부부장이 모두 탈락했다. 인민일보 사장 고적 역시 낙선했다. 이들은 모두 대표적인 좌파이론가로 꼽혔던 인물들이다. 반면 13대에서 보수파의 책동으로 낙선한바 있는 호요방 전 총서기의 아들 호덕평은 이번에는 최다득표로 대의원에 선출돼 보수파 인사들의 낙선과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하지만 국무원과 각부 및 위원회를 망라한 중앙국가 직속기관 계통에서의 상황은 이와는 완전히 정반대이다. 국무원 대변인 원목,문화부장 대리 하경지,TV영화 부부장 애지생,전 교육위원회 부주임 하동창 등 쟁쟁한 보수파 인사들이 모두 대의원에 선출됐다. 반면 6·4사태로 실각됐다 부부장(차관)으로 강등복권된 호계립과 예행문중 호는 가까스로 당선됐으나 예는 낙선했다.
이들과 같이 복권됐던 원명부은 아예 후보명단에 조차 오르지도 못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실은 모택동이 후계자로 지명,당 주석을 역임한바 있는 「범제파」(모의 노선은 일부 잘못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옳았다는 세력)의 영수 화국봉이 이 계통서 최고득표로 대의원에 선출됐다는 것이다.
『「좌왕」의 낙선과 「좌장」의 당선』이라는 표현으로 요약되는 대의원 선거결과는 개혁에 대한 거부감이 당기구보다는 오히려 행정부 계통에서 더 강하다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일당 독재의 원칙이 견지된다면 「계획」에서 「시장」으로 전환한다해도 당기구는 「실질적인」 권력을 잃지 않는다. 잘알다시피 등의 개혁은 결코 당 독재원칙의 포기마저 상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계획 경제체제의 틀에 맞추어 짜여진 중국의 현 행정조직은 개혁의 심화에 따라 대대적으로 개편하지 않을 수 없다.
등소평의 뜻과 어긋난 투표결과가 행정부쪽에서 나온것은 행정조직내 하부당원들 사이에서 개혁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는 시사로 풀이된다.
아무도 도전할 수 없는 절대적 권위를 지닌 등소평이지만 보수파는 물론 개혁파로부터도 적지않은 불만을 사고있음을 이번 대의원 선거는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14대 대의원 선거는 갈길이 바쁜 등의 발목을 잡는 「절반의 실패」로 규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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