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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쿠 실바와 메넴/정달영(화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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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바쿠 실바와 메넴/정달영(화요칼럼)

입력
1992.07.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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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두 지도자미국의 촌구석 주지사인 빌 클린턴(45)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어 등등하게 기세 울리는 모습을 보면서,엉뚱하게도 두사람의 다른 정치 지도자가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의 정치인은 천만 아닌,이제까지 국제사회의 문제아였거나 가망이 없어 보이는 나라들을 떠맡고 있는 특정한 현역 지도자의 모습이다. 하나는 포르투갈 총리 아니발 카바쿠 실바(53)이고,다른 하나는 아르헨티나 대통령 카를 로스 사울 메넴(60)이다.

그러나 이 두사람은 특히 90년대 들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집권자로 평판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값을 지닌 정치인들이다. 그들이 성공적인 집권자라는 것은 나락에 떨어진 자국경제를 회생시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카바쿠 실바 총리는 국민학교 중퇴 학력의 노동자를 아버지로 둔,그러나 「운이 좋아서」 영국 유학까지 했던 경제학 교수 출신이다. 중도우파인 사민당을 이끌고 85년에 처음 총리가 됐던 그는 민선정부로는 포르투갈 역사상 최장기 집권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그의 집권중 포르투갈의 경제성장 속도가 독일을 앞질렀다던가 실업이 EC국중 최저율을 기록한 것 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헌법에서 「사회주의 노선」을 삭제했고 수백개의 국영기업을 민영화 했으며 노동법에서 해고사유를 추가했다.

메넴 대통령은 몇해전까지만 해도 시골뜨기 주지사였으나 지금은 아르헨티나 경제를 구원하는 「구세주」이다. 한때 하루에도 몇백%씩 뛰던 인플레를 그는 3년만에 「확실하게」 잡았다. 시리아 이민 2세로 열렬한 페로니스트였던 그가 「메넴혁명」에 성공한 가장 중요한 까닭은 역설적이게도 페로니즘과 정반대의 노선을 선택한데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국민을 향해 『지금부터 마취제 없는 수술을 하겠다』고 선포하면서 공무원 봉급 삭감,정부보조금 등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폐지·축소,정부기업 매각,민간부문에 경쟁원리 도입 등 파격적인 정책을 강행했다. 그가 가장 성공적이었던 부문은 단연 억센 노조를 꼼짝 못하도록 길들인 것이다.

카바쿠 실바와 메넴에게 공통점이 있다면,둘다 개인적으로는 한미한 집안출신이면서 좋은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라는 점이고,정치에서는 중도우파 노선을 견지하면서 시장경제 개혁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기층민중의 빈곤과 인권의 문제를 떠안고 있다는 점에서도 고민이 같다.

○클린턴의 경제관

하필 클린턴을 보면서 이들 두 정치인이 떠오른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클린턴은 스스로를 「잊혀진 중산층의 산물」이라고 불렀다. 동부의 명문대학과 영국유학을 했지만 그는 의붓아버지 아래서 힘든 소년기를 보냈다. 그는 이른바 「새로운 맹약」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좌파 리버럴리즘과 생각에 거리가 있다.

「새로운 맹약」의 핵심은 그의 연설문을 빌리면 『국민과 정부간에 있어서 단순히 우리 개개인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아니라 우리 모두 미국을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태도를 토대로 하는 맹약』이다.

이 말은 그의 경제정책 입안자로 알려진 하버드대학 로버트 라이히 교수의 『국민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이 무엇을 가질 수 있도록 배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과 통한다. 클린턴은 노동력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투자를 늘리고 「대학문을 활짝 넓히겠다」고 공약한다. 아울러 저소득층 대상의 복지정책을 「책임」과 「기회균등」의 원칙에서 대수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눈여겨 볼것은 클린턴의 경제적 민족주의이다. 그는 자본·기술·아이디어·기업 등이 모두 경제논리를 좇아서 국경없이 이동하기 때문에 한 국가에서 실질적으로 뿌리 내리고 있는 유일한 자원은 노동력 뿐이라고 본다. 따라서 미국이 21세기에 번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세계 최고수준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질좋은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치는 게임인가

클린턴은 「희망이 없는 곳에 죽음이 있다」 「미국을 변화시키자」고 설득한다. 민주당의 저러한 변화와 우선회는 단순히 지난 12년간 공화당에 표를 던진 「레이간·데모크라트」들을 회유하기 위한 것이거나 선거전략만은 아닐 것이다. 시대의 흐름을 탄 불가피한 선택이다.

눈을 돌려,우리의 정치는 지금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생각할 일이다. 포르투갈이 변하고 아르헨티나가 회생하고 미국이 젊어지고 있는데 우리의 30년 신물나게 낯익은 정치 지도자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볼모로 붙잡힌 국민은 다만 식상하고 또 속상한다.

『정치가 게임이라고 나는 생각지 않는다. 정치는 오직 한가지 의미를 지닌다. 내게 있어서 정치는 국익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라고 카바쿠 실바 총리는 말한다. 이 말을 두 김씨에게 그대로 전한다. 국익을 위한 대결단의 시간이 자꾸만 늦어지고 있다.<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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