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대 대통령중에서 해외순방 정상외교를 가장 활발하게 펼친기록을 꼽으라면 단연 노태우대통령일 것이다. 지난 4년반동안의 재임기간중 노 대통령이 외국을 다니면서 전개한 외교활동은 정말 눈부실 정도로 화려했다. 한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이 크게 걸려있는 곳이면 안간 나라가 없을 정도로 두루 섭렵했다.우리의 전통적 맹방인 미국에는 여러 차례 다녀왔고 이웃인 일본에 가서는 의회연설까지 했으며 한국과 특수한 인연을 맺어온 유엔에도 두번이나 가서 총회연설을 한바있다. 해빙의 물결을 타고 모스크바와 동유럽의 여러나라까지 방문하는 북방외교를 벌일때에는 그 장면이 극적이기도 했다. 그밖에도 우리의 전통 우방인 서유럽 각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순방했고 중미 대륙의 멕시코에도 방문 발길이 닿았다.
앞으로 북경과 평양만 갔다오면 완벽한 정상외교 시리즈가 마무리 되는 셈이지만 과연 재임중에 실현될지는 아직 의문이다.
그러나 북경과 평양까지 가지 않더라도 북방외교는 지금 결실을 거두어 가고 있다. 그동안 나라 안에서는 민주화 시대를 열면서 여러가지 비판도 받아왔지만 외교면에서는 냉전체제 붕괴라는 여건을 잘 이용하여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을 드물 것이다.
이처럼 지금까지 노 대통령이 벌인 정상외교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는 9월20일로 예정되어 있다고 보도된 노 대통령의 세번째 유엔방문에 대해서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 같다. 우선 무엇때문에 가야하는지 그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 절실한 현안문제가 있다면 모르겠으나 현 단계에서는 중요성이나 긴급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의 독립과 정부수립 그리고 6·25동란 등 여러 역사적 고비에서 우리와 유엔이 맺었던 특수관계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한 대통령이 임기중에 세번씩이나 가야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문은 설득력이 있다. 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뒤에 처음 갔었고,91년 9월 남북한 동시가입에 즈음해서는 대규모 사절단까지 끌고가지 않았는가. 작년 가을 유엔본부에서 남한이 대규모 축제행사를 벌일때 안팎에서 일었던 시비를 참작한다면 이번 세번째 유엔행차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게 여론이다.
삼복 더위에 냉방장치를 끄고 반소매셔츠 차림으로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는 현재의 긴축절약 분위기에도 맞지 않는다. 불요불급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있는 지금의 국민적 분위기에서 대통령의 외교행차가 과소비 여행이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무리 축소 절약한다해도 국가원수의 해외여행에는 막대한 경비가 들게 마련이다.
정치는 겉돌고 경제가 어렵다고 날마나 아우성이고 사회기강이 무너져서 어지러울 지경인데,이런 임기말의 증상을 치유하는 내정의 마무리작업에 마지막 최선을 다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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