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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후보 사퇴계기로 본 「인물평」(세계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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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후보 사퇴계기로 본 「인물평」(세계의 창)

입력
1992.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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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는 도중하차의 명수”/개혁 외치다 지분만 챙겨 퇴직/GM사/복무기간 못채우고 퇴역 탄원/군시절/“자기변명 뛰어난 셈빠른 사업가전형”지난 16일,로스 페로의 대통령선거 불출마 선언이 나오자 한때 그가 회장으로 있었던 「일렉트로닉 데이터 시스템(EDS)」의 중역들은 일제히 『예견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선거전의 양상이 조금이라도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 페로는 반드시 도중하차하게 될 것임을 미리 확신하고 있었다. 옛 동료들의 말에 의하면 그것이 바로 페로의 특기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페로와 한솥밥을 먹었던 EDS의 한 중역은 『약속을 파기한다거나 시작한 일에서 물러서는 것이야말로 페로의 나쁜 습성중의 하나』라며 『클린턴의 인기가 상승함에 따라 일찌감치 대세를 판단하고 꽁무니를 뺀 태도는 너무나도 전형적인 페로 스타일』이라고 꼬집는다.

어릴적부터 페로의 친구였던 댈라스의 변호사 로널드 커크는 페로를 부잣집 막내 도련님같은 사고방식의 소유자로 진단한다. 『자기 방식이 아니면 같이 놀지 않겠다며 장난감을 거두어 돌아가는 부잣집 어린애』가 바로 페로라는 지적이다.

커크 변호사처럼 페로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은 또 『텍사스의 거부가 실리적인 계산에서 나온 행위를 이상적인 용어를 빌어 정당화 시키는데 탁월한 재능을 갖고있다』는 의견에 주저없이 동의한다.

페로는 자신의 불출마 이유를 『3파전의 구도하에서는 과반수 투표자가 나오지 않아 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해야하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는 다만 그가 즐겨 구사하는 수사일뿐 진짜 이유는 『승산없는 싸움에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의 오랜 지인들은 분석한다. 『1억달러를 선거비용으로 사용하겠다』고 공언한 페로지만 막상 싸움이 불리하리라는 판단이 서자 더 많은 자금이 들어가기 전에 도중하차를 선언해 버렸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

페로의 과거를 살펴보면 주변의 불신을 자초할만한 근거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1950년대 초반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의무복무기간인 4년을 채우지 않고 도중하차하려다 좌절된 사건이 그 시초를 이룬다.

1955년 만15개월간의 해상근무끝에 해군사령부에 제출된 페로의 탄원서에는 『사명감과 지도력 등 배울점이 많을 것으로 판단해 해군장교의 길을 택했지만 실제사정이 그와 같지 않기에 조기퇴역을 원한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그의 탄원은 기각됐고 페로는 4년의 복무기간을 마친뒤 제대했다.

두번째 도중하차는 유명한 제너럴 모터스(GM) 퇴직사건.

61년도에 창립한 EDS를 1986년 GM에 넘긴 페로는 일본인 경쟁자들과의 싸움을 위해 GM을 개혁하겠다는 신념을 앞세워 미 최대 자동차사의 이사로 영입됐다. 그러나 그후 2년간 페로는 사사건건 로저 스미스회장과 회사 경영방침을 놓고 마찰을 빚었으며 결국 7억달러의 지분을 챙겨 GM을 뛰쳐나왔다. GM을 등진 페로는 『스미스 회장을 비롯한 GM중역들의 텃세』를 그의 도중하차 이유로 내세웠다.

1988년에 있었던 댈라스 식물원건도 마찬가지.

택사스의 유지인 페로는 시에서 추진하는 댈라스 식물원건립을 위해 8백만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한후 이중 2백만달러를 선금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작업이 시작되자 자신이 요구한 식물원 보안장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식물원 주위의 조경사업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2백만달러를 회수하는 한편 약속했던 나머지 6백만달러도 제공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서 댈라스 식물원 건설사업은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고 페로의 변덕은 많은 시민들의 원망을 사게 됐다.

이외에도 대통령 외교자문위원직 도중하차,해외참전용사비 건립 추진중단 등 실리를 위해 명분을 버린 페로의 「손털기」 사례는 한두건이 아니다.<유에스에이 투데이="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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