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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국 산업 완전 파괴땐 적대감 유발”(해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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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국 산업 완전 파괴땐 적대감 유발”(해외경제)

입력
199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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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업계 「국제 공생론」 대두/전자·자동차등 토착기업과 제휴 추진/미·유럽 블록화 대비 적진분열 의도도최근 일본 업계에서 「국제적 공생론」이 대두,관심을 끌고 있다. 경쟁상대국의 산업을 뿌리째 뒤흔드는 것은 길게보아 일본에 득이될 수 없다는 관점에서 외국경쟁사와 제한적인 범위안에서 협력하는 동맹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는 것.

미국의 IBM,일본의 도시바(동지),독일의 지멘스 등 세계적 전자업체가 지난 13일 공동발표한 슈퍼칩 개발계획이 공생론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까지 피도 눈물도 없는 경쟁을 해온 이들 3사가 약 10억달러를 투입,2백56메가비트짜리 슈퍼칩(21세기형 전자칩)을 공동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런 유형의 제휴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생론의 또다른 유형은 수출국 현지의 대표적 기업이 문을 닫고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시장은 남겨두자는 것. 즉 일본기업 등 쌀에 밀려 토착기업이 생존할 수 없게 됐다는 비판은 피해보자는 시장전략이다. 일본의 자동차·전자 전기산업은 국제 경쟁력이 뛰어나,자유경쟁이 계속될 경우 미국이나 유럽의 관련산업이 궤멸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의 경우 일본업계 스스로 『무역장벽만 없다면 수년내에 세계의 모든 도로를 일제차로 뒤덮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을 정도. 이것은 결코 허풍만은 아니다. 충분히 현실성이 있는 얘기다.

일본업계는 그러나 경쟁사를 완전히 케이오(KO)시키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일본에 뜻하지 않는 화를 가져다 줄지 모른다고 인식,국제적 공생론이라는 새로운 전략을 들고 나온 것. 수출국 현지의 토착기업을 무차별적으로 쓰러뜨릴 경우 일본 상품뿐만 아니라 일본 자체에 대한 광범위한 적대감을 유발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 경쟁사로 봐서는 솔깃하기 그지없는 「국제적 공생론」이 경제대국인 일본에서 나오게된 진짜 배경은 주요 경쟁국들의 경제블록화 추세에 대항하기 위한 전술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경제전쟁의 패자가 되어버린 미국 유럽 등이 「고토회복」을 위해 강력한 지역동맹 체제를 갖추어 나가고 있는데 비해 일본은 계속 단기로 싸울 수 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적진을 분열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 유럽국가들은 EC(유럽공동체) 경제통합을 눈앞에 두고 있고 미국도 NAFTA(북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시장을 단일화할 계획이다. 일본도 환태평양 경제권이니 동해(일본해) 경제권이니 하며 경제블록화를 꾀하고 있지만 주변국끼리 이해관계가 엇갈려 사실상 실현불가능하다.

일본의 시사경제지 다이아몬드지는 『공생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는 않다』고 지적,국제적 공생론에 대한 논의가 아직 초기단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기업의 경쟁력이 일본인 특유의 근면성,낮은 배당,국민을 희생하는 사회풍습 및 제도 등에 기인한다는 판단에서 일본기업들은 우선 이를 시정하여 세계 공통의 규칙(룰)을 따라 기업경영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국제적 공생론이 경쟁을 그만두고 국제적인 카르텔(시장과점)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이백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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