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14일 발표한 「경제계가 바라는 새 정부의 국가경영」안은 국정의 중요분야에 대한 재계의 의견을 정리·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평가받을 만한 일로 여겨지지만 재벌그룹의 이익옹호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인상이 짙고,재계가 스스로 감당해야 할 역할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재계가 독자적인 논리위에 자신들의 주장을 떳떳이 밝히는 것은 지금까지 대정부 및 대정치권 교섭에서 막후 로비에만 치중해오던 관행을 시정하겠다는 의사표시이며,더이상 「정치논리」에 「경제논리」가 이끌려 다닐 수 없다는 재계의 각오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의 새 정부 경영안은 재계의 홀로서기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새 정부 경영안의 주요핵심은 정부규제를 최소화하고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시장원리의 확립과,기술투자 및 교육투자 등을 위한 재정지출의 과감한 확대요청이라고 요약된다. 통화·금융면에서도 실물경제의 흐름을 지원하는 통화관리와 관의 직접관리에서 민간중심의 간접관리로의 전환을 제의함으로써 정부규제의 완화와 금융자율화의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전경련이 강조하고 있는 이상과 같은 주장을 종합해보면 재정과 통환긴축을 통한 안정정책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재정지출과 통화를 늘리라는 의견이 되겠는데 결국 정부는 쓰여야할 곳에 과감히 돈을 더 쓰고 민간기업에도 수요에 알맞은 돈을 쓸 수 있도록 돈줄을 풀라는 얘기인 것이다. 이같은 전경련의 주장은 「정부의 씀씀이를 줄이라」고 요구해오던 종전의 긴축재정 논조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시급한 산업기술 개발,사회간접자본 확충,공무원 및 교원 처우개선,영세민 대책,농민지원 확대 등 재정지출의 확대가 요구되는 부문의 하나하나를 떼놓고 생각할때 그 모두가 타당성을 지닌 것들이고 원칙적으로 반대할 수 없는 것들이긴 하지만 그 모두를 한꺼번에 추진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것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우리 경제의 현황이다. 물론 재정지출의 우선 순위를 보다 효율적으로 책정함으로써 정말 필요한 곳에 재원을 투자할 수 있도록 시정해나가야 하겠지만 소득세,법인세의 세율을 하향조정하고 상속·증여세의 최고세율을 인하하고도 정부가 과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지 의심스럽다.
또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면서 적자재정까지를 무릅쓴 확대재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논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정부규제를 완화하고 기구를 축소하는 것만이 「작은 정부」의 요건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영안 내용에 대한 구체적 찬반을 떠나서 그같은 건의가 재계에서 나왔다는 사실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앞으로 그 내용이 보다 충실하고 현실성있게 보완되어 새 정부의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듬어 지기를 바라고 싶다. 재계는 스스로 맡아야할 역할을 재정립하고 금융실명제,토지공개념,경직성 예산의 조정 등 현안문제에 대한 분명한 소신도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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