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설연구소 15개·결연 외국대학 10곳/교수 모두 박사… 1인당 학생 5.8명/자체개발 “빛생산” 방사광 가속기도 건설중포항공대의 드넓은 교정에 들어서면 캠퍼스 곳곳에 연구분위기가 감도는 가운데 이 대학의 상징물인 과학자상과 「노벨동산」이 이채롭다.
중앙도서관앞 광장에는 아인슈타인 뉴튼 에디슨 막스웰 등 6명의 세계적인 과학자의 흉상이 대리석 좌대위에 놓여있고 2개의 좌대는 비어있다. 우리나라에서 미래에 탄생될 노벨상 수상자의 흉상을 모시기 위해 좌대위를 비워 놓고 과학도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분수대 남쪽에 있는 노벨동산에는 그동안 이 대학을 방문한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기념식수한 섬잣나무 낙우송 단풍나무 등 18그루가 녹음을 이루고 있다.
학생들은 노벨동산을 거닐며 나무아래 동판에 새겨진 노벨화학상에 빛나는 포터,길버트 박사,물리학상 수상자인 하인리히로러 박사 등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학문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다. 포항공대의 교정에서는 그 흔한 대자보와 현수막 한장을 볼 수 없으며,방학중인데도 도서관과 연구실험실의 불이 밤늦게까지 켜져 있어 일반대학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86년 개교후 지난해 처음 학부졸업생을 배출한 포항공대에는 현재 학부과정에 1천91명,석사과정에 4백67명,박사과정에 1백94명이 촌음을 아껴 연구하고 있다.
1백84명의 교수와 6명의 전임강사 등 1백90명의 교수가 모두 박사학위 소지자로 교수 1인당 학생수는 외국 명문대 수준을 능가하거나 육박하는 5.8명으로 한국 최초의 연구중심 대학으로 손색이 없다.
교수확보율이 무려 1백89%로 가톨릭계와 의학계열을 제외하고 단연 전국 최고로 다른 대학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교수 대부분이 외국대학과 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하던 과학자이며 이들중 상당수는 국가적 필요에 따라 유치한 세계적 「두뇌」로 평가받고 있다.
포항공대가 이처럼 단기간에 한국의 MIT로 세계적인 수준까지 발돋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포항제철을 주축으로 한 국내 최대의 학교법인인 제철학원의 과감한 투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종합대학도 아닌 포항공대에는 부설연구소와 한국과학재단이 선정한 우수연구센터 등 연구소가 15개나 된다. 한국과학재단이 연구비를 지원하는 연구소는 ▲첨단유체공학연구센터 ▲공정산업의 지능자동화연구센터 ▲촉매기술연구센터 ▲생리분자과학연구센터 등 4개로 올해 모두 22억5천8백만원의 지원을 받게된다.
대학이 자체설립한 연구소는 포항 방사광가속기연구소를 비롯,기초과학연구소 응용언어연구소 정보통신연구소 첨단공학연구소 우주항공재료연구소 유전공학연구소 초고속전자연구소 제품생산기술연구소 응용생유기연구소 등이다.
포항공대가 특히 자랑하는 연구소는 지난 88년 착공한 포항 방사광가속기연구소. 이 연구소에서는 정부예산 6백억원과 포철지원금 7백억원 등 1천3백40억원을 투자,94년말까지 대형 방사광가속기를 우리나라 최초로 건설하게 된다.
물질의 원자단위까지의 미세구조를 규명해낼 수 있는 방사광가속기는 현재 대학옆 20여만평의 부지에 건설된 지하구조물에 설치중이다. 제3세대형 원형가속기인 방사광가속기가 완공되면 가속된 전자가 직경 88m,둘레 2백80m로 도너츠 모양을 하고 있는 원통궤도인 전자저장링을 통과하면서 빛을 만들게 된다. 전자에너지는 20억 전자볼트로 전자를 광속 가까이 가속시킬 때 발생하는 자외선에서 강X선에 이르기까지 고밀도·고강도의 빛을 다목적으로 만들어 낼수 있어 물리·화학·전자·재료·화공·기계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연구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게된다.
이 연구소 실장인 고인수박사(물리학)는 『선형 가속기에서 전자파에 실려 가속된 전자는 광속의 99.999997%에 달하는 빠른 속도를 얻게 된다』며 이 빛을 단기간 저장시켰다가 과학에 이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 박사는 방사광가속기의 규모에 대해 『미국과 한국의 GNP 차이가 40배인 점을 감안하면 포항 가속기는 미국이 국가체면을 걸고 건설중인 초대형가속기 SSC(둘레 87㎞,예산 6조원)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공대 만큼 국내에서 산·학·연간의 유기적인 협동을 이룰 수 있는 이상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는 대학도 없다.
국내 최초의 민간연구소인 산업과학기술연구소가 캠퍼스내에 자리잡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굴지의 포철과 철강 자동차 조선 기계 전자 등의 공업단지가 가까워 국내 유수의 기업체 및 연구소와의 협력관계가 활발하다.
산·학·연의 모델이 되고 있는 산업과학기술연구소는 박사급 연구원 2백25명을 포함,4백50명의 과학두뇌집단이 포진하고 있는 국내 최고수준의 연구소.
이곳에서는 재료공학 생체공학 정보공학 정밀화학 등 첨단기술분야는 물론 물리 화학 생물 등 기초과학 분야와 경영과학까지 광범위한 분야가 연구대상이다. 대학의 교수는 해당분야의 겸직연구원으로,대학원생은 프로젝트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13명의 연구원이 겸직교수로 강의를 맡고 있다.
포항공대가 갖추고 있는 최첨단 연구기기는 금액으로 4백억원을 훨씬 상회,방문한 외국과학자들도 놀랄 정도이다.
원자배열까지 관찰할 수 있는 배율 1천만배의 투과전자현미경을 비롯,X선을 이용해 원자의 성분을 분석해내는 전자분광 화학분석기,유기화합물의 구조분석에 사용되는 3백메가헤르츠의 핵 자기공명 분광기 등은 국내에 최초로 도입된 것들로 다른 대학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다.
포항공대는 전산화된 사회의 모델이라할 수 있을 정도로 컴퓨터시스템이 완벽하다. 48메가바이트의 과학기술 계산용 컴퓨터 VAX8800 두대와 교육 및 행정관리용으로 쓰이는 8메가바이트 용량의 IBM4381을 주축으로 하는 중앙컴퓨터는 교수 및 학생들의 퍼스널 컴퓨터는 물론,각 연구소의 터미널까지 하나로 연결,근거리 정보통신망(LAN)을 완벽하게 구성하고 있다. 특히 VAX8800은 고단위의 수치계산과 5세대 컴퓨터시스템의 연구개발에 이용되고 있으며,국내외의 데이터뱅크와 연결돼 종합정보관리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교수들의 연구활동을 보면 이 대학의 잠재능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수 있다.
91학년도에만 포항공대 교수들이 발표한 논문수는 1천3백53편으로 교수 1인당 7.2편의 논문을 발표,국내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논문수는 46%,교수 1인당 논문수는 31%가 증가한 것이다. 이들 논문은 해외 학술지에 3백18편,국내 학술지에 2백13편,국제학술회의에서 1백79편,국내학술회의에 6백34편이 발표돼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지난 1년동안 1백87명의 교수가 평균 5천2백만원의 연구비를 지급받아 모두 3백57개(1인당 1.9개)의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포항공대의 학과운영 및 학위과정도 독특하다. 해마다 학과를 증설하고 있는 타 대학과 달리 유사학과를 통합,학부과정에서는 폭넓게 전공을 익히게 한뒤 대학원 과정에서 연구분야를 세분화하고 있다.
학부와 대학원간의 학점취득을 인정하고 있어 학사과정의 학생이 석사과정의 과목을 미리 이수할 수 있다. 학사과정에서 미리 취득한 석사과정 학점은 석사과정 입학후 석사과정 학점으로 인정,석사과정에서 박사과정 과목을 이수하거나 논문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김호길학장은 『고급 두뇌의 양성을 해외유학에 의존하고 산업발전을 외국기술의 도입과 모방에 기대서는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며 『우리 힘으로 과학자를 길러내는 일이 포항공대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말했다.<설희관기자>설희관기자>
◎산·학·연 정착… 포항 테크너폴리스 구축/연구지원·후생복지시설 완벽/기숙사무료 각종 장학혜택/결혼한 대학원생엔 아파트
포항공대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 대학 특유의 건물양식과 주위환경에 매료된다. 뿐만 아니라 면학과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각종 지원제도와 완벽한 후생복지시설에 놀라게 된다.
모든 학생이 학비걱정 않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각종 장학금이 지급되고 있으며 대학원생들에겐 교육조교나 연구조교로 참여케 하고 매달 장학금을 주고 있다.
연구조교의 장학재원은 대부분 교수들의 연구비에서 충당되고 있다. 결혼한 대학원생에게는 15평형의 아파트가 월 3만원의 실비로 제공되고 학생 모두가 무료로 숙식하는 기숙사에는 퍼스널 컴퓨터실과 독서실,외국어 교육방송 시설을 갖춰놓고 있다.
미래사회의 2대 언어로 불리는 외국어와 컴퓨터언어 교육에 역점을 두어 음영도서실은 비디오와 테이프를 빌려 공부하는 학생들로 만원을 이룬다. 특히 어학교재는 대학에서 자체 제작하고 있다.
포항공대는 학위취득을 위한 해외유학은 권장하지 않는 대신 재학기간중 외국 수학기회는 많이 부여하고 있다.
외국어 실력을 충분히 갖춘 학생들을 선발,3학년 과정부터 자매결연 대학에 가서 공부하도록 하고 그곳에서 취득한 학점을 인정해주고 있다.
89년 9월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한학기에 10명 내외의 학생들이 교비로 유학하고 있다.
자매결연 대학은 미국의 캘리포니아대를 비롯 영국의 버밍엄대,독일 아헨공대,프랑스의 콩피엔느대,캐나다의 워털루대,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대,독립국가연합의 모스크바대 등 10여개 대학에 이른다.
국내에서 연구가 어려운 특수분야 전공 대학원생은 해당분야의 연구가 활발한 나라의 대학에 파견하고 외국 자매결연 대학생들을 현장실습 과정으로 초청,교육시키고 있다.
이 대학 교무처장 염영일교수는 『이같은 국제교류의 일환으로 지난 4년간 프랑스의 콩피엔느 대학에서 매년 2∼3명의 학생이 포항공대에 와 연수받고 있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또 『교수 및 연구원 교환은 조교수급이나 포항공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대학원생을 박사후 연수과정으로 외국대학에 파견,연구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반대로 외국 대학의 교수는 연구년을 이용해 초청하고 교환교수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공대 부학장 장수영박사(전자전기공학)는 『95년 이후에는 교수 수를 대폭 늘려 교수 1인당 학생수가 4명 정도인 전형적인 연구중심 대학의 모델이 되는 것이 목표』라며 『포항공대는 포항시와 포철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환동해안시대 개막과 포항 테크너폴리스 구축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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