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방향으로 몰고 간다” 비난속/검찰,단순사기 계속 고집/“하 사장 재소환도 개인비리 규명”검찰의 정보사부지 매매사기사건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사기극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으나 검찰이 배후세력여부 규명수사에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수사결과를 예정된 방향으로 몰아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검찰은 성무건설 정건중회장(47) 등을 조사,수배된 김인수씨(40) 등의 배후에 청와대 안기부 등의 권력층 인사들이 버티고 있다는 진술을 받아내고도 사기꾼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묵살해오다 정씨 등의 진술내용이 보도된 뒤에야 거명된 사람들의 실재여부를 확인하는 등 소극적 자세로 일관,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착수 3일만인 지난 8일 제일생명 윤성식상무(51)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제일생명이라기 보다는 윤 상무 개인으로 봐야 한다』며 『제일생명이 속았다고 생각하면 의혹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충성심과 공명심에 불탄 윤 상무 개인에 초점을 맞추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이같은 성급한 예단은 제일생명 하영기사장(66) 등이 계약 초기부터 정보사부지 매매에 깊숙이 개입해온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벽에 부딪쳤다. 검찰은 그러나 『수가사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배후여부를 속단할 수는 없으나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로는 단순사기임이 분명하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검찰은 하 사장의 재소환 의미에 대해서도 『하 사장 개인의 비리여부를 규명키 위한 소환』이라고 못박고 있다.
검찰은 또 지난 7일밤과 8일 새벽 자수해온 정건중씨(47)와 형 명우씨(55)로부터 전 합참 군사자료과장 김영호씨(52) 일당이 청와대 안기부 관계자와 긴밀하게 교류해왔다는 진술을 받았으나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의하면 정씨 형제는 『지난해 12월말 광화문 모다방에서 김인수 일당을 소개받는 자리에서 청와대 경제반의 김모이사관·안기부 직원 민모사무관 등이 김씨 일당을 도와주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정씨 일당이 「고위층 빙자사기단」이라는 예단하에 거명된 배후인사에 관해 조사를 하지 않다가 이들의 진술내용이 외부로 유출된 13일에야 황급히 관계기관에 조회,『배후세력으로 거명된 인물들은 모두가 가공의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검찰이 김인수씨 등 배후관계 규명에 열쇠를 쥔 수배자들이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이번 사건을 단순사기사건으로 규정하고 서둘러 수사를 매듭지으려는 자세도 미심쩍은 부분이다.
재야 법조계에서는 하 사장이 사건초기부터 깊숙이 개입해온 사실은 윤 상무보다 지위가 높은 제일생명 관계자가 정보사부지 불하계획을 국방부 고위 관계자 등으로부터 확인했을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것인 만큼 김영호 이상의 배후세력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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