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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건」 새 사실… 난마처럼 얽히는 「땅사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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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건」 새 사실… 난마처럼 얽히는 「땅사기」 수사

입력
1992.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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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남긴채 「2중사기」 판단/김영호­브로커 1차로 정건중 속여/정씨가 「제일」 상대로 2차범행 추정/핵심 검거·돈행방 밝혀질땐 또 반전 가능성정보사부지 매매사기사건의 일당들끼리도 서로 사기를 하고 당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가뜩이나 복잡한 사건의 모양새가 더욱 어지럽게 얽혀들고 있다.

이에따라 당초 수사초기에 사건의 주범을 전 합참 조사자료과장 김영호씨로 지목했다가 성무건설 회장 정건중씨로 한차례 번복했던 검찰의 시각도 다시 「주범 김영호」로 바뀌는 등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검찰수사 결과 김씨는 지난 1월28일 국방부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경기 안양시 석수동 산159의1 등 군부대 부지 2만여평과 이 땅의 원소유주였던 김사익씨 소유의 8천여평 등 2만8천여평을 1백70억원에 팔기로 성무건설 정영진사장,회장 정건중씨의 부인 원유순씨 등과 매매계약을 맺고 정씨로부터 2차례에 걸쳐 계약금 및 중도금,사례금조로 49억5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김씨는 이 돈중 31억5천만원을 땅소유주 김사익씨와 소개인 등에게 주고 나머지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에앞서 지난 연말과 올 1월초에도 이 땅을 오모씨 등에게 사기매각 하려다 실패했으며 이때 이미 해당 군당국으로부터 매각불가 통보를 받고도 이 사실을 감추고 몰래 매각을 추진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안양군부대 부지를 대상으로 한 김씨의 사기수법이 ▲원천적으로 수의계약에 의한 불하가 불가능한 땅을 대상으로 했고 ▲국방부 청사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매매계약을 맺어 신뢰성을 주었으며 ▲계약서와 영수증에 국방부장관 명의의 위조고무인을 찍는 등 기본적으로 정보사부지 매매 사기수법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사실로 인해 정보사부지 매매 사기사건의 성격이 보다 분명해진 것으로 보고있다. 즉 이 사건은 김씨가 여러차례 시도했던 일련의 동일수법 사기중 하나라는 결론이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김씨와 정씨측을 연결하는 토지브로커 김인수·곽수열·임환종·박삼화씨 등이 처음 사기를 기획,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한 흔적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앞으로 정보사부지 매매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마무리 때까지 이러한 기본구도에는 더이상 변화가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검찰이 확실하게 골격을 세우고 있는 사건전모는 다음과 같다.

우선 확실치는 않으나 김인수·곽수열·임환종씨 등이 지난해 11∼12월 초순께 정보사부지 불하를 미끼로 대규모 사기를 기획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시중이나 부동산 업계에는 이종구 전 국방부장관의 정보사 이전 백지화방침 발표에도 불구,이 땅을 둘러싼 사기극이 잇따랐다.

김인수씨 등은 정씨측에 접근,『정보사부지 불하가 실제로 가능하며 불하받아 전매하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다』고 유혹한다.

이들은 곧이어 합참간부인 김영호씨에게도 찾아가 정보사부지 매매를 통해 「한건」할 것을 제안하게 되는데 마침 안양의 군부대 부지를 미끼로 한 사기를 추진중이던 김영호씨는 선뜻 이 제의를 받아들인뒤 이후부터는 적극적으로 사건진행을 주도해 나간다.

김인수씨 등은 양측을 연결하고 사기를 모의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배후에 큰 힘이 있음을 과시한다.

김씨 등은 지난해 12월초 정씨 일당인 정명우씨를 광화문 모다방에서 만났을때 『세종로 1번지에서 나온분들』이라는 가공인물들을 소개했다.

요컨대 정씨측은 이들에게 속아 실제로 정보사부지 불하를 통해 큰 돈을 쥐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씨 등은 이 돈으로 중원공대를 설립하고 나머지 정보사부지에 대규모 주택건설을 하는 등의 계획을 세우고 나중에 이를 위해 성무건설을 설립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결국 김인수씨 등의 말을 믿은 정씨 등은 박삼화씨 등을 통해 제일생명이 사옥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 회사 윤성식상무에게 접근,매매약정을 맺는다.

이때 제일생명측은 나름대로의 정보채널을 통해 김영호씨의 국방부 근무사실 및 정보사부지 불하 가능성을 확인한뒤 정식계약 체결의사가 있음을 과시하기 위해 2백50억원을 정씨측의 요구에 따라 국민은행 압구정 서지점에 예치한다.

김영호씨 등은 정씨 등에게 계속 정보사부지 불하를 할 수 있다고 속이고 제일생명과의 계약을 추진토록 하는 한편 정씨 등에게 보다 확실한 믿음을 주기 위해 국방부장관의 가짜 고무인이 찍힌 부지불하 매매계약서를 제시하고 계약금 및 사례비조로 정씨 일당으로부터 모두 1백35억원을 받아 챙긴다.

정씨 일당은 이를 다시 제일생명에 제시하고 잔금조로 어음 4백30억원을 받아 시중에 유통시킨다. 이후 김영호씨 일당은 국방부장관 명의의 가짜 중도금 지급요청 공문 등을 위조해 정씨 등에게 보여주며 신뢰를 유지한다.

이런 식으로 보자면 정씨 등은 학교설립 등 자금마련에 급한 나머지 김영호씨와 김인수씨 등 토지브로커들의 사기에 쉽게 걸려든 셈이다.

현재까지 명백하게 정씨 일당에게 사기혐의가 적용된 부분은 제일생명 몰래 은행예치금을 빼내고 어음을 유통시켜 이 돈을 가로챈 행위이다.

정씨 일당이 처음부터 사기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는데도 성급하게 제일생명의 은행예치금을 빼내쓴 이유를 검찰은 어차피 계약이 성사되면 거액의 이익이 생기게 되므로 먼저 돈을 빼내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돈을 굴리려 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들이 곳곳에 부동산을 매입했다든지 이들 주변에 사채꾼들이 연결돼 있었다는 점,유통한 만기어음이 돌아오자 제일생명의 하 사장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금결제에 나섰다는 정황들이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검찰의 설명은 요컨대 이 사건은 속고 속이는 이중 사기로 겹쳐져 있어 언뜻 복잡하게 보일뿐 단순사기 이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김영호씨와 김인수씨 등 토지브로커 일당이 정건중씨 등을 속인 1차 사기와 정씨 등이 제일생명을 속인 2차 사기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사항과 수사방향으로 보아 검찰의 이같은 설명구도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 설명은 나름대로 일관된 논리를 갖추고 있으며 자금행방이 최종 정리되면 더 이상의 의혹은 없으리라고 검찰은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제일생명이 이 계약에 확신을 부여했던 경위는 여전히 불분명 하며 김인수씨 등 핵심브로커들이 검거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후 이들의 진술에 따라 사건방향이 또다시 바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무엇보다 숱하게 거론되고 있는 배후설에 대해 적극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이 검찰의 수사를 투명하게 받아들일 수 없게하는 큰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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