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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수사결론 안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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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수사결론 안된다(사설)

입력
1992.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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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에 있어서 섣부른 단정과 결론은 금기중의 금기이다. 베테랑 수사관들은 사건의 정황이 한눈에 뚜렷하다해도 결론에 앞서 증거부터 찾고,또 다른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탐색으로 사건이 뒤집힐 여지가 없을 것으로 확신할때 비로소 결론을 내리고 공소를 제기하기에 이르는 법이다. 수사에 있어서 성급한 결론은 정확한 진상파악과 범인을 가려내는 노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살인 혐의자가 무죄로 방면되는 사태도 종종 생겨나는 것이다.이같은 수사의 ABC로 비춰볼때 정보사땅 사기사건에 대한 검찰의 때이른 「지능적 단순사기사건」으로의 결론유도는 국민적 불신 유발차원을 떠나서도 분명 문제가 있다. 수사는 수사다워야 하는 법이고,이번과 같이 사회적 여파가 큰 대형사건에서는 더욱 수사의 정도를 철두철미 고수,온갖 난관을 헤쳐나갈 의지부터 보여야 했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검찰의 결론 유도가 섣부르다고 보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검거된 사기범 일당과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는 하영기사장 박남규회장의 관련혐의에 대한 수사 자체가 기피되고 있거나 미진한 단계이다. 이미 정영진의 입을 통해 하 사장이 어음부도 대책을 함께 의논했을 정도로 사건에 개입되고 있었음이 밝혀져 배후와의 연결고리 및 비자금 조성 혐의를 캐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같은 수사의 고비에서 하 사장·박 회장에 대한 추가조사,하 사장과 정씨와의 대질신문 등 과정을 거치기도 전에 수사가 파장에 이르렀고 검찰 책임자들이 앞다퉈 「단순」임을 홍보하는데 나섰던 것이다.

둘째 검거된 사기범 일당 및 제일생명측과 어울려 중요역할을 담당했고 역시 배후와의 연결주선 가능성이 있는 김인수 곽수열 임환종씨 등 일당이 아직도 검거되지 못했음도 지적되어야 한다. 그들이 잡힌뒤 무슨 폭탄선언을 할지도 모르는데,그들에 대한 검거수사가 제자리 걸음일 뿐더러 검거후 신문과정도 없이 이미 검거된 사기범 일당의 말만 믿고 「단순」임을 주장할 수 있는가.

셋째로 검찰이 「단순사기」 결론유도의 유력한 뒷받침중의 하나로 꼽고 있는게 정씨의 형인 국민은행 정덕현대리가 제일생명에서 매매약정금으로 예탁한 2백50억원을 은행측이나 예금주 몰래 불법적으로 인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같은 검찰의 논거에 대해 금융계 인사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금융관행상 그같은 거금을 특별관리하지 않을 은행이란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 점은 더욱 철저히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아직 사기당한 4백72억원의 행방에 대한 전모도 파악되지 못한 마당이다. 범인도 다 잡히지 않았고,신문이나 조사해야 할 부분도 많이 남아 있으며,돈의 행방도 아직 다 모르면서 나온 섣부른 「단순」결론을 누가 믿겠는가. 수사는 수사다워야 한다. 검찰은 지금부터라도 섣부른 결론을 거두고 수사에 마지막 박차를 가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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