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공헌… 「보병파병」 싸고 신중/휴전감시의 소극적 개념… 상황따라 전투도/무력충돌 개입땐 외교문제등 심각유엔의 평화유지활동(PKO)에 우리나라가 어떤 형태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유엔회원국에 대해 요구되는 도리이자 권리로서 PKO참여자체에 대해서는 정부부처내부나 국민들사이에 대체로 동의가 이루어져있다. 그러나 다양한 PKO참여형태에 대해서는 어느 수준에서 어떤 내용으로 참가할 것인지를 놓고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은 PKO에 기여할 수 있는 가용자원의 상한선을 정해 유엔에 보고하는단계이다. 더욱이 일부에서 이해하고 있는 것 처럼 캄보디아 파병과는 관계가 멀다.
그러나 이번 의사표시는 언젠가는 분쟁지역 파병으로 연결되는 것이고 이에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비상한 만큼 국민들에게 정확한 상황설명과 함께 여론을 수렴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PKO란
유엔의 평화유지활동(Peace Keeping Operation)은 국가와 국가간 또는 일 국가내에서 분쟁의 확산방지를 통해 분쟁해결의 유리한 여건조성에 국한되는,다분히 소극적인 태도이다. 따라서 PKO에 참여하는 부대는 휴전감시를 주임무로 하며 어떤 경우에도 전투행위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PKO는 한국전쟁당시 유엔군의 파견이나 걸프전때의 다국적군과 같은 제3자에 의한 무력제재와는 크게 다르다.
분쟁지역에 파견된 PKO군 즉 평화유지군(PKF)은 철저히 중립성을 지켜야하며 자위목적이상의 군사행동이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휴전이 성립되지 않은 분쟁지역에는 PKO군이 파견될 수 없으며 일단 휴전이 이루어진 지역에 PKO군이 파견되었다가도 휴전이 깨져 다시 전투행위가 벌어지면 즉시 철수하게 된다.
PKO는 여러가지 기능을 가진 혼성군부대에 의해 임무가 수행된다. PKO임무를 수행하는 군부대는 ▲평화유지상태를 감찰하는 군옵서버 ▲휴전상태를 감시하는 보병부대 ▲의료 공병 수송 등 특수지원부대 ▲용역 ▲장비·기술지원단 등 5개 종류이다.
이가운 보병부대만이 자위를 위해 개인화기 휴대가 허용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무기를 갖지 않은 비무장군이다. 이 혼성군은 유엔이 선정한 PKO군사령관의 지휘를 받는다.
지난 45년 유엔 참석이래 유엔주관하에 설치된 PKO군은 모두 24개이며 이 가운데 12개가 활동하고있다. 오늘날 PKO는 단순한 휴전감시기능에 그치지 않고 선거준비 및 감시,과도 행정관리 임무,인권보호,경제부흥지원 등 복합적 기능을 수행하고있다. 이에따라 오늘날 유엔 PKO에 대한 국제적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탈냉전이후 유엔 역할의 증대와 맞물려 PKO는 지역 분쟁 방지 및 평화정착을 위해 그 활동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PKO설문서
탈냉전이후에 지역적 분쟁은 오히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지역분쟁에 대처하기위해 유엔의 PKO수요도 더욱 늘어나고 있으며 보다많은 PKO가용자원 확보가 불가피했다.
이에따라 유엔은 지난 90년 5월 전회원국을 대상으로 PKO참여 5개분야가용자원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에 나섰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유엔에 가입한 직후인 지난해 10월 유엔으로부터 이 설문서를 받았다. 이 설문서에 반드시 응답을 해야하는 강제규정은 없으며 응답시한도 정해져 있지않다.
유엔은 설문서 응답률이 부진하자 최근 응답서를 제출하지 않은 회원국에게 7월1일까지 회신을 해달라는 희망을 전달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유엔에 응답서를 제출한 회원국은 50여개국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설문서는 군의료지원단,보병 등 5개분야에 대해 해당국의 참여의사를 묻고 각 분야별로 구체적인 기여형태와 지원의 상한선을 질문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 설문서 응답내용은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유엔은 이 설문서응답을 기초로 필요에따라 해당국이 밝힌 가용자원범위내에서 PKO 참여요청을 하게되나 여기에 반드시 응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국은 특별한 사유를 들어 유엔의 참여요청을 거절할 수 있으며 반대로 기여범위를 확대할수 있다는 재신고도 가능하다. 따라서 설문서 응답자체에 큰 의미 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설문서 응답은 한국가가 사정이 허락하면 PKO에 어떠한 형태로 참여하겠다는 정치적 의사표시이고 구가의 신의가 걸려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의견도 많다.
○정부부처간 쟁점
정부는 지난해 10월 유엔으로부터 설문서를 받은 이래 여러차례 청와대 안기부 외무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간 실무협의를 갖고 PKO참여범위문제를 검토해 왔다. 일단 정부내에서는 유엔에 새로 가입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기여와 공헌도를 높이기위해 PKO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국민여론도 대체로 PKO참여자체에는 찬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여기서 관심의 초점이 되고있는 쟁점은 보병파병여부로 압축된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보병파병까지 포함해야 한다는데까지 대체로 동의가 이루어져있다. 문제는 현단계에서 보병까지 파병할수 있다는 의사표시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관계부처 가운데 국방부는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적극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방부는 이미 보병부대 1개대대병력(5백40명),군옵서버 36명,의료지원단 1백54명 등 모두 7백30명의 군병력을 파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 국방부가 보병부대파견에 적극적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보병까지 포함된 적극적인 PKO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고 분쟁당사국들과의 우의 협력증진을 크게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PKO 파병으로 해외조사활동 경험을쌓고 군의 대국민이미지 향상에도 한 몫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깔려있다. 이와함께 구소련의 붕괴이후 동북아지역에서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정치·군사적 상황에 대비,장기적 국가전략 차원에서 PKO파병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논리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같은 적극적인 파병입장 뒤에는 남북한 화해추세에 따라 제기되고 있는 국방비감축 병력축소 등 군축주장에 대응해 군의 사기를 높이고 감군여론을 누그러 뜨리려는 의도도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같은 국방부입장에 비해 외무부 등 주요정부부처는 현 단계에서 보병파병포함은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을 펴고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신중론의 근거는 첫째,아직도 우리나라가 휴전상태에 놓여있고 휴전체제유지를 위해 주한미군 등 다른 나라의 안보지원을 받는상황에서 소규모의 전투부대 파견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분쟁지역에 전투병력을 파견했다가 불가피하게 무력충돌에 개입됐을때 복잡한 외교적 문제가 발생한다는것. 세번째로 월남파병에 대한 국민의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 전투병력파견에따라 인명손실여지가 큰데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물론 이에대해 국방부는 PKO참여군부대는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인명피해가능성이 적고 보병부대운용이 다른 부대에 비해 비용부담이 적어 경제적이라는 논리를 펴고있다.
○전망
정부는 이달중에 관계부처장관회의를 열어 그동안 실무급에서 협의해온 내용을 토대로 설문서에 보병파병포함여부를 비롯해서 PKO참여문제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인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정부는 일단 이 절차가 끝나면 국회외무통일위와 국방위에 이를 보고,협의를 거칠 계획이며 학계 및 언론계와의 간담회 등을 통해 국민여론을 수렴해나간다는 방침. 유엔설문서에 응답하는것은 퍄병결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얻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 정부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상옥 외무부장관은 유엔설문서 응답에 시한은 없지만 일단 9월 유엔총회 이전에 회신하는 것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지금단계에서 보병파병의사를 설문서 응답에 포함시키게될 것인지의 여부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부내 의견이 대체로 신중론쪽으로 기울어져 있는것이 사실이고 연말선거 등을 의식,정치권이 국민여론을 자극할지도 모를 모험을 하지 않으리라는 점에서 민감한 사안인 보병 파병문제는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냉전종식후 새롭게 국제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PKO참여는 장기적인 국가외교전략과 불가분의 관련을 갖고있기때문에 정확한 정세판단을 기초로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의 장기전략은 일정시점의 국내정치적 고려나 시류를 떠나 먼장래를 내다보고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이계성·신효섭기자>이계성·신효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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