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줄」 없인 계약행위 이해 안돼/검찰 단순사기 몰아 「축소」 의혹/미확인 지출내역 3백50억원 행방추적 급선무정보사 부지매매 사건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건의 윤곽이 선명해지기는 커녕 거꾸로 오리무중 속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대형사건의 경우 결론이 어떤 식으로 나든 검찰의 중간발표는 나름대로 논리적인 일관성을 유지해왔으나 이번 사건의 경우는 검찰의 수사내용이 곧바로 새로운 증거나 또다른 진술에 의해 반박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선 제일생명 하영기사장이 지난 6월까지 정보사 부지거래건을 전혀 몰랐다는 것 부터가 보험감독원측이 제시한 품의서 내용과 주변 관계자들의 진술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이 그 한가지 예이다. 검찰은 불과 몇시간전에 『제일생명측이 어이없게 사기범들에게 당한 것은 윤성식상무 개인의 공명심이 앞섰던 때문』이라고 「자신있게」 단정했었던 것이다.
검찰의 수사가 이처럼 전에 볼 수 없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이나 주장이 줄곧 엇갈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합참군사 자료과장 김영호씨의 경우 지난해 12월에야 처음 정건중씨 일당을 알았으며 이들이 작성해온 허위매매 계약서에 「어쩔 수 없이」 날인해 주었다는 진술,제일생명 윤성식상무가 지난달 25일에야 처음으로 국민은행 압구정 서지점에서 2백50억원이 부정인출된 것을 알았다고 한 진술 등도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사건 관련자들이 가능한한 자신의 책임을 경감시키기 위해 허위진술 하게 마련이라는 「속성」을 감안한다면 검출수사가 서투르게도 이들의 진술내용에만 너무 매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이러한 검찰답지 않은 수사태도는 검찰이 이 사건을 전문사기범들에 의한 단순 부동산 사기사건이라는 예단을 갖고 있거나 나아가 수사 한계선을 미리 설정해 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의 소지를 안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내외의 무성한 배후의혹설에도 불구하고 수사초기부터 『이 사건은 단순 사기사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거듭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처음부터 이 사건이 의혹의 대상이 된 이유는 거래관행에 비추어볼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계약행위에서부터 비롯됐으나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현재까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우선 세간에서 이미 처리여부를 놓고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있던 정보사 부지의 매도 당사자가 직책상 아무 권한이 없는 합참의 군사자료 과장 이었다는 점을 비롯해 ▲정식계약전에 대금을 완납한 점 ▲매매대금의 10%내외가 관행인 계약금을 35%나 지급한 점 ▲아무런 근거 서류없이 매매약정을 맺은 점 ▲시가의 2배 이상으로 계약한 점 등 거래과정 전체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양상으로 일관돼 있다.
또 굳이 약정서를 작성했다든가 현금으로 2백50억원의 거액을 계약전에 예치했다든가 하는 점도 관련업계에서는 전혀 있지도 않은 관행이라는 것이다.
제일생명이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었느냐는 부분이 이번 사건의 핵심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계약서상의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언제 작성됐는지,누가 누구를 언제 만났는지 따위 등은 이같은 큰 줄기가 해명되면 자연스럽게 설명될 수 있는 지엽적인 부분들이다.
사건 관련자들이 정보사 부지매매를 알선하면서 이를 「사기」로 인식하지 않고 「거래」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제일생명측만 하더라도 보험감독원에 의하면 이미 지난 2월1일 컴퓨터로 통장을 정리할때 이 거래와 관련해 입금시킨 돈이 국민은행 지점에서 모두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제일생명측은 이후에도 계속 가짜 예금잔액 증명과 통장을 요구했었다. 즉 이들이 사기범에게 뜯긴 것이 아니라 약속된대로 정상적인 경로를 밟아 인출된 것으로 보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제일생명이 거래한 김씨나 정씨 일당은 이만한 돈을 서슴없이 믿고 맡길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으며 각 개인의 전력도 신뢰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결국 제일생명의 입장에서 보았을때는 이들이 거래의 궁극적인 당사자가 아니었던 것은 분명한 것이다. 정씨 등은 현재 검거되지 않은 김인수씨가 정계와 군에 잘 통하는 양 과시했다고 책임을 몰고 있으나 김씨는 낮은 학력에 변변치 않은 전력으로 대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거래상대는 아닌 것으로 확인된바 있다.
결국 김씨나 정씨 등은 제일생명과 다른 「막강한」 제3자를 연결하는 문자 그대로 브로커라고 전제하지 않는한 제일생명의 거래행위는 이해할 방법이 없다.
이와 관련해 정씨 일당이 최근 사들였거나 또다른 「범행」의 대상으로 노렸던 땅의 대부분이 군부대 부지나 인접지역이라는 사실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다시말해 이들은 뭔가 상시 연결돼 있는 「줄」을 가지고 있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군부대 인접 땅이라해도 대부분 군사지역으로 묶여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때문이다.
이와함께 지금까지 지출내역이나 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3백50여억원의 자금의 행방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최소한 이들 돈의 흐름이 정확하게 밝혀져야 시중에 유포돼 있는 정치자금,또는 비자금 의혹을 해소시키고 수사당국이 설명하는 사건의 윤곽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이준희기자>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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