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 표방속 이해 첨예 대립/UR·대러 지원도 현상답보/일만 방북섬·캄 문제 등 이슈화 성공 발언권 강화【뮌헨=강병태특파원】 뮌헨 G7 정상회담은 당초 예상대로 냉전종식후 정치경제적 신 질서모색을 둘러싼 서방대국들의 깊은 갈등과 무기력만을 확인시켰다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80년대 냉전상황과 경제호황속에 세계를 「요리」해온 서방 선진대국들은 세계적 불황과 동서대결 종식으로 닥쳐온 도전과 기회앞에서 신 질서구축은 커녕 자국내 안정과 상호이해 관계조정에도 허덕이고 있음을 여실히 입증했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는 ▲세계경제 성장회복을 위한 재정 무역정책협조 ▲구 소련 지원문제 ▲유고사태 등 동구권 분쟁대처 등으로 집약됐다.
「안정과 성장을 위한 협력」을 표방하고 3일간의 요란한 논의를 마친 선진 7개국은 정치 및 경제선언을 통해 동서를 포괄하는 새로운 동반협력시대의 개막과 성장을 위한 이해 타협의지를 천명했다.
그러나 실제 논의과정과 선언 및 성명의 수사에 가려진 알맹이는 개별이익 고수자세와 비전의 결핍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서방 경제대국들은 세계경제의 불황회복 조짐을 확인하는 한편 성장촉진을 위한 화폐재정 정책협력과 각국의 재정적자 감축 저축증대 고용안정 노력 등을 다짐했다. 이 다짐을 통해 기업과 일반에 성장회복을 향한 기대를 심어줄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실제 자국이 주장,요구했던 구체적 조치에 대한 합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채 현상유지적인 타협으로 파탄을 막았을 뿐이다. 예를 들어 미국과 유럽이 함께 비판했던 일본의 무역흑자와 엔고에 대해서는 내수중심으로 성장가속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받는 것으로 용인됐다. 미국과 일본 서유럽 다수국이 강요하던 독일의 이자율 인하는 재정지출 억제와 저축증대로 이자율 인하에 필요한 환경조성에 노력한다는 다짐을 받는 것으로 미뤄졌다.
미국과 서유럽간의 최대 갈등요소인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에 대해서는 해마다 거듭해온 「조기타결」 합의로 끝났다. 특히 농업보조금 삭감을 둘러싸고 가장 치열하게 대립한 미국과 프랑스는 상대측의 추가 양보를 요구,조기타결 기대를 헛되게 했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와 프랑스의 유럽연합조약 비준을 위한 국민투표를 앞둔 상황에서 양국 농민들의 민감한 이해가 걸린 우루과이협상은 조기에 재개되기 조차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러시아 지원문제에서도 서방대국들은 이미 합의된 10억달러의 긴급 재정지원을 즉각 실행하도록 합의하는데 그쳤다. 이밖에 30억달러의 추가지원과 외채상환 유예조치의 주진을 약속했으나 당초 제시된 2백40억달러 지원안에 붙여진 조건들은 그대로 남아있어 여전히 유보직이다.
북방영토 반환조건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을 제외한 각국은 표면적으로 지원확대를 외치고 있으나,지원의지와 여력이 없어 일본의 완강한 반대를 내심 다행스럽게 여기는 것으로 지적된다.
미국은 특히 대러시아 채권의 3분의 2를 가진 독일이 수용할 수 없는 외채상환 유예와 각국이 고려조차 않는 러시아의 G7 동참 등 헛된 선심공세로 지원회피를 호도했다.
서방은 동구권 지원을 외치면서도 정작 가장 도움이 될 동구상품에 대한 수입장벽 완화와 특혜관세 혜택 등 구체적 조치에는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그쳤다,경제불황에 허덕이는 서방경제는 미래의 동구권 시장에 투자하거나 이들의 상품을 받아들일 여력이나 뜻도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서방대국들이 재정지원조건으로 러시아의 에너지 가격 자유화와 수출확대를 강요하고 동구원자로 안전을 강조하며 경제적 이익추구를 노리고 있는 자세는 이같은 부정적 평가에 설득력을 더한다.
서방대국들의 현안 해결능력과 의지의 결핍은 혼돈상태의 신 질서주도권 다툼으로 한층 장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G7은 정상회담 선언 등에서 동구와 소련의 민족분규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고사태 대응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대륙국들의 대립으로 전혀 실효성 있는 합의를 내놓지 못했다.
이 와중에 일본은 북방영토와 한반도 중국문제 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인도 아시아태평양협력기구 그리고 유럽안보협력기구 참여 등 광범한 문제를 이슈화,이를 관철함으로써 신 질서 주도권 경쟁에 성큼 뛰어들었다.
소련붕괴에 따른 진정한 냉전종식후 최초의 G7 정상회담으로 표현된 이번 회담의 결과는 결국 동서대결 종식후의 세계가 새로운 동반협의 질서와는 거리가 먼 열강의 치열한 대결구도속에 표류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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