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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수용/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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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수용/이재승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2.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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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이 요즈음 아드레날린이 넘치는 것 같다. 내년 2월 바통을 넘겨야하는 「레임덕」(절름발이 오리) 정권 같지 않게 역동적인 것 같다. 또 동서를 막론하고 어느 정권이건 임기를 1년미만 남겨놓으면 집권자의 힘이 빛을 잃기 마련이다. 불가항력의 추세다. 힘의 낙조를 조감하며 추진해온 국정을 정리하는 것이 정도다. 매듭지을 것은 매듭짓고 넘겨줄 것은 넘겨준다. 새 사업이나 정책은 벌이지 않는다. 그것이 역사로의 퇴장을 수용하는 자세다. 「레임덕」이란 말의 원산지인 미국에서는 퇴임 대통령이 일을 벌이려해도 의회가 움직여주지 않는다. 같은 당 상·하 의원에서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헛수고임을 알기 때문에 아예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6공의 「역동」에 대해 탓할 것은 없을 것 같다. 당·정에서 힘이 새로운 대통령 후보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무기력하게 앉아 정부의 표류를 방치하는 것보다 낫다. 그러나 정권의 남은 에너지를 퇴임하는 정권에 일맞게 행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유감스럽게도 최근 6공 국정운영 방식이 이런 방향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 경부고속 철도 사업착공,이동통신,제2사업자 선정 작업착수,북한 횡단 파이프라인 부설교섭,삼성중공업의 상용차 기술도입 허용,동방유량의 홍콩증권사와의 합작증권사 설립허용 등 현안의 역사적 대형 프로젝트와 기존 업계와의 이해가 크게 상치되는 사업들이 착공내지 승인됐다.

경부고속철도와 제2의 이동통신 사업이 노태우대통령의 중요 공약사업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사회·경제적 파급영향이 엄청나고 또한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사업이니만치 국민여론은 절대 다수가 신중한 선택과 철저하고 치밀한 준비를 요구했다. 유보론도 상당했다. 정치자금과의 유관설도 회자됐다.

경부고속철도 사업은 서울­부산간 4백10㎞를 최고시속 3백㎞,평균시속 2백40㎞의 「탄환열차」로 1시간40분만에 주파,경부축 지역을 사실상 동시간대로 축지하는 교통혁명이다. 천안까지는 22분이 소요되고 대전이래야 38분의 거리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금조성이다. 구체적인 자금조달원이 없이 덜렁 천안­대전구간의 노반공사부터 시작했다. 또한 불,독,일 등 3국의 불꽃튀는 경쟁이 붙은 고속열차 기종선택은 10월로 미루었다. 언론들이 많은 비판을 했지만 왜 이렇게 서둘러야 하는지 아직 수긍이 가지 않는다.

7년에 5조9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측정된 이 사업은 실제로 8조내지 10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다음 정권에서 집행되는 사업이므로 사업결정권도 넘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이동통신 제2사업자 선정도 서두르는 품이 역력한 것 같다. 6개 컨소시엄에 국내 4백40,외국 11개 업체가 신청한 이 사업은 이름있는 국내업체는 모두 망라된 듯하다. 지난달 26일 신청접수가 끝난뒤 체신부가 사업자 선정기준에 「차기자본비율」을 추가했다가 노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선경에 유리하게 하기위한 지원술수가 아니냐는 다른 신청업체들의 비난이 있자 허겁지겁 철회하는 촌극을 보이기도 했다. 오는 22일까지 1차 심사를 끝내고 8월말께 최종 선발자가 선정된다. 또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의 9월 방한에서 큰것을 성사시켜 보려는 6공은 야쿠트가스전(야쿠츠크공화국)­북한­부산으로 이어지는 장장 5천㎞에 걸친 가스 및 원유파이프 라인 부설을 구상,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남북한간의 관계정상화 등 복잡한 정치·외교문제가 얽혀있다. 시베리아의 자원을 노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6공은 준비안된 상태에서 대형 사업이나 비현실적 사업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6공의 경제적 평가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물가안정과 국제수지 개선의 성패에 달려있다. 이것만도 벅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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